미국 판사 "고어는 '상남자'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20년 전 대선에서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미국 법원에 '소환'됐다.
2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의회 폭동' 관련 재판에서 레기 월턴 부장판사는 "고어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법적으로 대선 승패를 다툴 여지가 더 많았지만, 그는 깨끗하게 승복했다"며 고어 전 부통령을 언급했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고어 전 부통령은 불과 327표 차이로 플로리다주에서 밀리면서 텍사스 주지사였던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애초 개표 결과 1천784표(0.1%포인트) 차이가 나자 기계 재검표를 통해 327표로 줄어들었고, 고어 측이 수(手)검표를 요구했지만, 연방대법원이 기각하면서 고어는 결국 승복했다.
월턴 부장판사는 이에 당시 대선에서 패배를 인정한 고어 전 부통령을 가리켜 "진정한 남자(a man)"라고 치켜세웠다. 이는 '대선 사기'를 주장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월턴 부장판사는 올 1월 의회 난입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연설대를 들고 의사당 안을 활보하며 웃는 장면이 찍힌 애덤 존슨 씨를 향해 "당신은 거짓말에 속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까지 왔다"며 "당신을 속여 이런 짓을 하게 만든 사람은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존슨 씨는 이날 재판에서 출입제한 구역에 무단 침입한 죄를 인정하고 6개월 징역형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했으며, 의사당 기물 파손에 대한 배상금 500달러를 물기로 했다.
최근 의사당 난입 관련 재판이 잇따라 열리면서 재판관들은 한목소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선동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어느 연방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의 말에 속아 난동을 일으킨 이들을 "꼭두각시"라고 표현했다.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유죄를 인정한 사람은 130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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