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국은 빚부담 안 주고 투자"…아프리카 순방 마무리(종합)
세네갈 방문서 중국 '견제구'…미국 기업-세네갈, 1조원 이상 투자계약 체결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은 아프리카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채무를 부과하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날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열린 10억 달러(약 1조1천900억 원) 이상의 투자 계약 서명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계약은 미국 4개 회사와 세네갈이 체결한 것으로, 세네갈 네 개 도로 및 교통 관리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아마두 오트 세네갈 경제계획·협력부 장관도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서명식에서 미국은 "해당 나라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우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계약은 인프라를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공공 안전과 기후 복원 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를 대규모로 진행했지만, 서방은 중국이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 감당할 수 없는 빚 부담을 지운다고 비판해왔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나이지리아 방문에서도 중국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직접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국제적인 계약은 종종 너무 불투명하고 강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이 중국과 영향력 확대를 놓고 경쟁한다는 말을 평가절하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르에서는 오는 29∼30일 제8차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이 열려 무역과 투자 증진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이사타 탈 살 세네갈 외무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기자회견에서 그의 발언을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네갈은 한 주간에 걸친 블링컨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 대상 3개국 가운데 마지막 방문지였다. 그는 앞서 케냐와 나이지리아를 찾아 아프리카를 비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부와는 다른 기조를 대변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순방을 마무리하는 이 날도 세네갈 여성 기업인들과 만나 스타트업 기업을 할 때 대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성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인권을 강조했다.
세네갈에 아프리카 최초로 설립되는 코로나19 백신 제조 공장을 위해서도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나 다른 불어권 국가에서 하듯 이날도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 등에서 프랑스어로 발언했다. 그는 반건조 사헬지역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 소요에 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와 관련, 역내 기구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권고대로 4월에 민주 국가가 출범한다면 쿠데타로 인해 중단됐던 미국의 지원을 전면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말리에선 지난 18개월 사이 두 번이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블링컨 장관은 말리가 러시아 용병 와그너 그룹을 주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불행할 것"이라면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같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와그너 그룹은 시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등에서 인권침해 및 분쟁 개입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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