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올해도 무산' 일본 언론 보도 잇따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연례행사로 굳어졌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2년 연속 무산될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교도통신은 20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중일 정상회담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않는 것이 확실한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의장국인 한국과 일본이 징용공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역사문제를 놓고 대립해 연내 개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미중 대립 여파로 서로 입장이 다른 동아시아 3국 간 협력 분위기가 약화한 데다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다투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문제 및 대만 정세 등으로 중일 간 긴장이 높아진 것이 일본 정부 내에서 올해 개최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한다.
2008년부터 3개국이 돌아가며 1년씩 의장국을 맡는 방식으로 열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2013년 주최하기로 했던 6차 회의가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로 중일 갈등이 심화하면서 연기된 뒤 3년 이상 휴면 상태를 맞은 바 있다.
최근에는 2019년 12월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뒤 한국에서 예정됐던 지난해 회의가 불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 상황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징용공 문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를 주장하며 불참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스가의 뒤를 이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지난달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역사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 주도의 해결을 요구하는 등 스가 정권의 외교 노선을 기본적으로 답습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일 관계는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16일 독도를 방문한 것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면서 한층 악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문제 삼아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 17일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 후 예정돼 있던 공동 기자회견을 거부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 대통령, 리커창 총리,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 간부는 연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무성 간부는 교도통신에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며 내년 3월 대선을 거쳐 새 한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는 양국 관계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13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관계 악화와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인한 중일 간 긴장 고조 등의 영향으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올해도 보류될 전망이라며 의장국인 한국이 일본 측에 비공식적으로 그런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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