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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신냉전 화약고' 대만에 왜 주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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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신냉전 화약고' 대만에 왜 주목해야 하나
구호만 남은 '하나의 중국'…마지노선 시험 미국, 싸움 불사하겠다는 중국
분단 고착 두려움·고조된 자만감·시진핑 야심, 대만침공 우려 요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신냉전 화약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만 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중국 시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가장 날카롭게 대립한 주제는 단연 대만 문제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상충하는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지역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신냉전 속 흔들리는 미-중-대만 균형추
과거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대만 문제가 부상한 근본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중국, 대만 간 삼각관계의 안정추 역할을 하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에 대중 압박 전초 기지이자 기술 전쟁 우위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 핵심 기지인 대만의 전략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이 대만과 전방위 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하나의 중국'은 구호만 남고 내용은 완전히 재정의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거리낌 없이 대만 당국과 공식 교류를 시작했고 과거 수십 년 동안 대만에 수출한 것보다 더 많은 첨단 무기 수출을 승인해 '대만의 요새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 입장을 누누이 밝히고는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는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태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무력 통일'을 기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근래에 급속히 커졌는데 이를 기우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엄중하다.
필립 데이비드슨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향후 6년 내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했다.
우선 분단 고착화에 따라 평화 통일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중국 측의 인식이 날로 강해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무력 통일 기도 동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반국가분열법 8조는 '평화 통일이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전쟁을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물론 중국도 미국과 나라 운명을 건 일전을 치러야 할 대만 침공에 큰 부담이 있기에 가능하다면 대만을 포섭해 평화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제로 중국은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권 때인 2008∼2016년 유화 정책을 통해 대만을 자국 경제권으로 적극 포섭했고 이는 양안 간 인적·경제적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6년 대만 독립을 강령에 넣은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하고 난 뒤 양안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게다가 홍콩에서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이 강권을 동원해 '홍콩의 중국화'를 이루면서 대만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급속히 커졌다.
시간 역시 중국이나 친중 성향 국민당의 편이 아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젊은 층에서, 양안 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은 중·장년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다.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대만에서는 2020년 대선·총선 동시 승리가 민진당의 초장기 집권의 문을 연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중국이 갈수록 대화를 통한 통일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시간이 지나 대만 독립 세력이 더욱 공고해지기 전에 무력 통일에 나서야 한다는 사고가 강화될 수 있다.

◇ 한국도 직면한 '대만 문제'…동북아 연쇄 전쟁 최악 시나리오도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급속히 커진 중국의 자만감이 오판을 초래하는 경우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미국과 전면 대결을 감내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에서는 당국과 국민 모두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미국 등 서방의 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수하다는 확신이 강해졌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과 당당하게 맞설 힘을 갖추게 됐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기존 패권국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맹신이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1941년 일본은 미국과 전쟁을 벌여 아시아 지역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자기 능력을 오판한 나머지 진주만 습격을 감행해 태평양 전쟁의 막이 올랐다.
다만 중국이 '정신 승리' 차원에서 이런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 등 타국이 대만을 돕지 못하게 하는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을 전제로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중거리 탄도 미사일 등 첨단 전력을 대폭 확충했다. 이미 미국에서도 대만을 지키려면 상당한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는 지난 4월 미 공군이 워게임을 진행한 결과 호위 드론 등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야만 유사시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대만을 겨우 지켜낼 수 있다는 워게임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종신 집권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정치적 야심 문제도 대만 위기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생애 내에 대만 통일을 이루는 것은 100년여에 걸친 중국공산당 역사를 넘어 수천 년 중국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집권 기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만 통일을 기도해야 할 강렬한 정치적 동기가 있다.

'대만 위기'는 한국의 운명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 관찰해야 할 주제다.
미국이 이미 핵심 동맹인 한국에 '대만 지지' 흐름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국에 '내정 간섭'에 끼어들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어 당장 우리 정부는 외교적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에 전면적 군사 충돌이 벌어진다면 미국의 동맹인 일본·한국·호주, 중국의 동맹인 북한 등이 연쇄적으로 전쟁에 말려들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과거 국제사회에서 북핵 문제가 동아시아 평화 논의의 핵심 축이었다면 이제는 대만 문제로 무게추가 확연히 이동한 모습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군사적 충돌을 감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훨씬 더 큰 무게가 실린다.
전방위 충돌 속에서도 미중 정상이 첫 대좌를 통해 극단적 충돌을 막을 '가드레일' 설치 문제를 논의한 것에서 보듯이 중국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과 시 주석의 '대관식'이 될 20차 당대회를, 바이든 행정부 역시 내년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 확전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기는 하다.
하지만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대만 위기'는 계속 세계 평화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만 위기' 주목 필요성을 앞장서 주장해온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중국이 현재의 현상을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지는 못했다"며 "다만 대만 문제는 21세기 전반기 내내 동아시아 안보와 세계 패권의 향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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