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인도 총리 농업개혁법 폐지 선언…농민시위 지속에 '굴복'
1년 가량 시위 이어져…주요 지방선거 앞두고 민심수습 나선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년간 대규모 농민 시위를 촉발한 '농업개혁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19일 오전 TV 연설에서 "농업법 3건 모두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말 시작하는 의회 회기에서 이와 관련한 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개혁법이 1년 2개월만에 폐기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이 법과 관련해 일부 농민에게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했지만 내가 어떤 일을 했건 그것은 농민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개혁법은 농산물 거래, 가격 보장·농업 서비스, 필수식품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시장에 대부분 개방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 등과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인도에서는 전체 노동 인구의 42%가량이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5%에 그친다.
모디 정부는 그간 농업개혁법에 대해 규제 완화를 통한 유통시장 현대화 조치라며 농업 생산성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이 법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협상 주도권을 가진 대형 민간 유통업체가 가격 담합 등을 통해 헐값에 농산물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농민 수만 명이 지난해 11월부터 뉴델리 인근에서 숙식하며 시위도 이어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수천 명의 농민이 트랙터를 앞세워 뉴델리 시내에 진입,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경찰 수백 명이 다치기도 했다.
농민의 반발에 정부는 올 초 18개월간 법 시행을 미루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농민 측은 완전 폐지를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9월 초에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와중에 지난달 초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정부 차량이 시위대에 달려들면서 4명 이상이 숨지면서 농민들이 더욱 격앙하기도 했다.
한편, 모디 정부가 농업개혁법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우타르프라데시주, 펀자브주 등 주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억명이 사는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로 그간 여당의 '텃밭'이었지만 최근 반정부 기류가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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