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국 건강코드…"인권변호사, 6중전회 기간 발묶여"
홍콩언론 "모두에 평등하지 않은듯"…"반체제인사들 되도록 사용 안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입한 디지털 건강코드 프로그램이 반체제인사에게는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콩 명보는 19일 "중국에서 건강코드는 전염병 방역을 위한 디지털 통치의 수단이지만 이 전자통행증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牡丹江)시로 출장을 떠났던 베이징의 인권변호사 왕위(王宇)가 이달 초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건강코드 색깔 변화로 발이 묶였고, 그러한 상황은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녹색-노란색-빨간색으로 구성된 디지털 큐알(QR)코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코로나19 관련 건강상태와 코로나19 위험 지역을 안내하며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건강코드 색깔이 녹색이어야 한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으로 분리될 경우 색깔은 노란색이나 빨간색으로 변한다.
위챗 앱은 '젠캉바오'(健康寶), 알리페이 앱은 '젠캉마'(健康碼)이다.
왕 변호사는 젠캉마를 사용하는데, 이동 목적지로 베이징을 설정하자 젠캉마의 색깔이 노란색이나 빨간색으로 변했고 6중 전회에서 채택한 역사결의의 전문이 16일 공개된 이후에야 녹색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남편도 같은 처지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명보에 "6중 전회 때문인 것 같다"며 과거에는 국경절이나 전국인민대표대회와 같은 민감한 날이면 베이징의 반체제인사와 인권운동가들이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이제는 건강코드 덕분에 당국이 돈 안 들이고 더 쉽게 통제를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왕 변호사는 "이제 당국은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람들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권변호사 셰양(謝陽)은 우한(武漢)의 코로나19 상황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투옥된 시민기자 장잔(張展)의 어머니를 만나고자 지난 6일 창사(長沙)에서 상하이로 여행할 계획이었으나 당일 공항에서 큐알코드를 찍자 빨간색으로 바뀌어 가지 못했다.
그는 또한 '시공동반자'(時空伴隨者·스콩반수이) 문자도 받았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 지난달 중순 이후 등장한 새로운 방역정책인 시공동반자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을 지칭하며, 이 문자를 받은 이들은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셰 변호사는 "나는 중위험 지역이나 고위험 지역에 간 적이 없다"고 했고, 여행 전날 경찰이 여행을 취소하라고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셰 변호사의 건강코드는 여행 무산 바로 다음날 녹색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에 그는 창사시 방역 당국에 문의했으나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셰 변호사는 당국이 건강코드의 매개변수를 손보는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앞으로 당국이 사람들의 여행을 통제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보는 "반체제인사들은 건강코드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옥살이를 한 위모 씨는 이사한 이후 지난 7월부터 건강코드를 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쇼핑몰에 안 가고 버스를 타지 않으며, 인근 도시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대부분 현금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내 여정이 기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 휴대전화도 꺼놓는다"면서 "번거롭지만 사생활이 더 중요하다. 건강코드가 누출돼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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