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터폴 총재 아내 "중국은 괴물…정치적 견해 다르다고 누명"
AP 통신과 인터뷰 "무슨 일 벌어졌는지 세계에 알릴 책임 느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이 사건은 조작됐습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형사 범죄로 둔갑한 사례죠. 중국에서 부패 정도가 극도로 심각합니다. 어디에서나 그렇습니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총재로 근무하던 중 뇌물수수 혐의로 중국에 붙잡혀간 멍훙웨이(孟宏偉)의 아내 그레이스 멍의 이야기다.
신변 위협을 호소하며 쌍둥이 아들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한 그레이스 멍은 18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을 "자신의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불렀다.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얼굴을 공개한 그는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것처럼 나는 지난 3년 동안 (중국) 당국이라는 괴물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고위직에 있던 남편이 한순간에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는 그는 "내 얼굴을 보여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 세계에 알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스 멍이 남편과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2018년 9월 25일. 남편이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장을 떠났을 때였다.
남편은 문자 메시지로 "내 전화를 기다려"라고 말했고, 4분 뒤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 도착했다. 누군가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 그레이스 멍은 이해했다.
이후 변호사를 통해 중국 당국에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이제는 남편이 살아있는지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남겨진 아이들의 처지를 말할 때는 눈물을 보였다. 아이들은 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혹시나 아빠가 돌아온 게 아닐까 생각하며 뛰어간다고 전했다.
그레이스 멍은 인터폴에도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다. 수상한 냄새가 폴폴 나는데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누군가 강제로 데려간 사람이 자유 의지로 사직서를 쓸 수 있나요? 경찰 조직이 이러한 전형적인 범죄 행위를 외면해도 되는 건가요?"
멍 전 총재는 중국 공안부 부부장(차관급) 출신으로 2016년 11월 중국 출신으로는 처음 임기 4년의 인터폴 총재 자리에 올랐다.
2018년 9월 중국에 출장을 갔다가 돌연 연락이 끊겼고, 알고 보니 중국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결국 그는 2005∼2017년 공안부 당 위원과 부부장, 해경국 국장 시절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멍 전 총재에게 징역 13년 6개월에 벌금 200만 위안을 선고했고, 멍 전 총재는 항소하지 않았다.
체포 후 멍 전 총재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차기 총재 선거에서 한국인인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당선돼 그 자리를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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