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응에 달라진 금융당국…3년전엔 금리산정 지도·점검
최근엔 "직접 개입 어려워"…시민단체 "집값 잡으려고 은행 이자잔치 방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대출금리 상승에 수요자 불만이 고조하는 가운데 '가격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는 금융당국에 대해 소극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의 고삐를 조인 여파로 금리가 치솟을 때마다 최소한 구두 개입 정도는 해왔던 금융당국의 기존 관행과도 딴판이며, '적격 비용' 논리로 가격을 깎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정책과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연 3.310∼4.839%로 8월 말(2.62∼4.19%)에 견줘 상·하단 모두 0.6%포인트(p) 넘게 치솟았다.
신용대출도 12일 현재 연 3.39∼4.76%(1등급·1년)가 적용돼 8월 말(3.02∼4.17%)보다 상단이 0.59%p, 하단이 0.37%p 각각 뛰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돼 금리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세를 이용해 높은 대출금리를 챙기면서 예금금리는 낮게 유지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11조6천억원에 이르는 이자이익을 올렸다. 작년 3분기보다 1조3천억원이 더 많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 차이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1.80%를 기록, 작년 3분기보다 0.04%p 확대됐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0.08%p 커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가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을 인정하면서도 (시장) 금리는 (당국의) 개입 대상이 아니라면서 (금리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만 밝힐 뿐 금리 역전이나 왜곡 사례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출금리 상승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다 보니까 우대금리가 축소되는 등의 문제가 어우러져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시장의 대출) 금리 결정 등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긴 어렵다"고 했다.
은행이 대출채권을 늘리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로 이익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시장의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앞서 이달 3일 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시장에서 그렇게 되는 문제"라며 "예대마진 문제는 가격과 관련된 것이어서 제가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태도는 문재인 정부 초기 등 과거 금융당국의 대응과는 사뭇 다르다.
2017년 3분기 가계부채 대책과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고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지자 금융당국은 은행 관계자들을 소집해 문제를 지적하고,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현장 지도·점검을 벌여 결과를 공개하는 등 감독 강화에 나섰다.
2017년 10월 말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중은행과 간담회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압박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듬해 2∼3월에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 점검을 벌여 산정체계의 문제점과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적발하고 그해 6월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로 결정돼야 하나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상승기에 취약 가계나 영세기업의 신용위험이 과도하게 평가돼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되면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과 비은행,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 역전 사례 보도에 대해 '비정상적 특이 사례'로 여기며 일절 반응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와 달리 현재 금융당국은 비슷한 금리 전개에도 구두 개입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가격이 시장문제라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왜 원가를 따져서 반강제적으로 조정하냐"고 반문했다.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달라진 기조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은행의 이자이익 '파티'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권의 이자 잔치에 금융당국의 대응이 3년 전과는 천양지차"라며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대출금리 상승을 방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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