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카다피 아들에 군벌사령관까지…리비아 대선 전망 불투명
논란 후보들 잇단 출사표에 대선 보이콧 움직임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다음 달로 예정된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대통령 선거에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에 이어 내전을 주도했던 군벌 지도자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은 내달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등록했다.
하프타르는 이날 동부 벵가지에서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선거는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혼란에 빠져있는 리비아가 위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라면서 "리비아 국민을 운명의 무대로 이끌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리비아 시민권자인 하프타르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유전이 많은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치열한 내전을 치렀다.
그가 2019년 4월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내전이 격화하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1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하프타르가 주도하는 LNA는 트리폴리 함락에 실패했고, 지난해 10월 유엔의 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하프타르의 대선 출사표는 민중봉기로 축출된 뒤 사망한 독재자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후보 등록을 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앞서 사이프 알이슬람은 지난 14일 남부 세브하에서 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논란의 인물들이 잇따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카다피 정권 붕괴 10년 만에 어렵사리 계획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지가 불투명해졌다.
중앙 정치권과 일부 지역에서 이들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며 선거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부 자위야의 유력 인사들은 지난 14일 카다피와 하프타르의 대선 출마를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부 미스라타 지역 원로들도 전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이프 알이슬람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다면서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이프 알이슬람의 입후보를 반대하는 거리 시위가 열리고 일부 선관위 사무소가 폐쇄되기도 했다.
선거를 불과 6주가량 앞두고 입후보 자격을 포함한 선거 규정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논란의 인물들이 출마함에 따라 혼란이 더욱 거세지고,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리비아 국민들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지역을 장악한 하프타르의 LNA와 유엔이 인정하는 GNA의 내전 와중에 민간인을 포함해 1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LNA의 수도 트리폴리 장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양측은 지난해 10월 유엔의 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에 서명했고, 이어 열린 중재 회의에서 선거 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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