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태국 고위관계자, 미얀마 쿠데타 수장 만났다"(종합)
군정과 가까운 국가들…일 관계자는 미 언론인 전격 석방과 겹쳐 주목
수치 면담·아세안 합의 촉구 '기대' vs 반군부 활동가 문제 논의 '우려' 공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중국과 일본 그리고 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10개월째 권력을 쥐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수장을 각각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정과 가까운 국가들이어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주목된다.
일본측 인사의 면담은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인 언론인 석방과도 연계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16일 소식통을 인용, 쑨궈샹 중국 외교부 아주사무특사가 지난 주말 미얀마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쑨 특사는 지난 8월에도 미얀마를 찾아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정 지도자들을 만난 바 있다.
당시 그는 쿠데타 직후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을 요청했지만, 군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쑨 특사가 흘라잉 사령관을 만나 지난 4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 나온 미얀마 사태 평화적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사항 준수를 촉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참석한 4월 정상회의의 5개 합의사항은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 인도적 지원,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등이다.
한 분석가는 쑨 특사가 다시 수치 고문 면담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얀마 국민화해 담당 일본 정부 대표인 사사카와 요헤이(笹川陽平) 일본재단 회장도 미얀마를 찾았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사사카와 회장은 지난 13일 흘라잉 총사령관을 면담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총선 전에는 라카인주에서 아라칸족 자치를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해 온 아라칸군(AA)과 미얀마군 휴전을 중재한 바 있다.
특히 사사카와 회장이 5개월 넘게 억류됐던 미국 언론인 대니 펜스터 석방에 관여했다는 미얀마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역할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먀와디TV는 전날 펜스터 석방 소식을 전하면서 유엔주재 미대사를 지낸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사사카와 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터는 미얀마 독립언론 '프런티어 미얀마' 편집주간으로 일하던 중 5월말 양곤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군부에 체포됐고, 최근 허위정보 유포 등의 죄가 인정돼 징역 11년이 선고됐었다.
그러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사카와 회장의 방문은 개인 차원이며, 일본 정부 대표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라와디는 이와 함께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미얀마에 도착한 뒤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면담에서는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국경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반군부 활동가들 문제가 다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3개국은 미얀마 군정과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쿠데타 이후 거의 '유일하게' 미얀마 군정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는 미얀마가 에너지 안보에 서 핵심 지역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 원유 수송로는 모두 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데 미얀마가 바로 그 길목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군정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경제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미얀마의 최대 개발원조국이자 네 번째로 큰 투자국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의하면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은 올해 1월 말 기준 436개 사로 2012년 3월 말(53개 사)과 비교하면 약 8배로 늘었다.
국경을 접한 태국은 미얀마 군정에 대한 비판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군부 및 쿠데타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뒤 2019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했다.
2월1일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쁘라윳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 이해를 구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15일 현재 군부 폭력에 의한 사망자는 1천265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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