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난에 마비됐던 아이티, 갱단 봉쇄 완화에 잠시 '숨통'
연료 통제해온 갱단, 일주일간 연료수송 허용…주유소 앞 장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극심한 연료난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였던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잠시 일상을 되찾았다. 연료를 통제하고 있던 갱단이 연료 유통을 일시적으로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포르토프랭스의 상점들은 오랜만에 문을 열었고, 거리에도 통행이 재개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연료난에 단축 업무를 했던 은행들도 이날부터 정상 업무 시간을 회복했다.
아이티는 그동안 수도권 주요 지역을 장악한 갱단이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연료 터미널을 오가는 트럭의 통행을 막은 탓에 한 달 가까이 극심한 연료 부족에 시달려왔다.
연료가 바닥나자 거리에 통행량이 줄고 학교와 상점 등이 문을 닫았으며, 발전기를 돌릴 수 없어 병원 내 환자들의 목숨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수도권 일대 주요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지난 12일 일주일간 연료 수송 트럭의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앙리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다시 봉쇄를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료 공급이 오랜만에 재개됐지만 수요에 비해선 모자란 양이어서 연료를 구하긴 여전히 어렵다.
시내 곳곳의 주유소에선 차와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으려는 운전자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럭으로 건설 자재를 운반하는 오스카르 쥘리앵(41)은 로이터에 "어제 온종일 기름을 찾아다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8월의 대지진 등 연이은 비극 속에 치안까지 급격히 악화하며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인 16명과 캐나다인 1명으로 이뤄진 선교단이 아이티에서 납치되는 일까지 발생하자 캐나다는 지난 12일 아이티 주재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을 모두 철수시켰고, 미국 정부는 11일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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