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벨라루스·터키, "난민 사태 책임없다" 일제히 '발뺌'
푸틴·루카셴코 "러·벨라루스 항공사 중동 난민 운송안해"
에르도안 "터키에 책임 돌리는 것 부적절"…시리아 난민 1명 사망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위기와 관련해 책임이 있거나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는 국가들이 일제히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위기는 8일 벨라루스에 체류하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중동 국가 출신 난민 수천명이 유럽연합(EU) 국가로 들어가기 위해 폴란드 국경으로 몰려와 폴란드 경찰·군인들과 대치하면서 불거졌다.
EU 측은 벨라루스가 중동 난민들이 들어와 유럽으로 향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적어도 방조했으며, 배후에선 러시아 당국이 유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난민 사태를 기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U는 러시아, 벨라루스, 터키 항공사들이 난민들을 중동지역에서 벨라루스로 대규모로 실어나른 것으로 보고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러나 12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러시아 항공사들은 벨라루스-EU 국경 지역에 머무는 난민들을 운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우리에게 갖가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씌우려 시도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난민들을 유럽국가로 수송하는 단체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으며, (해당 단체들의) 핵심 고리는 유럽 국가들에 있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도 난민 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서, 중동 지역 난민들이 벨라루스로 몰린 것은 비자를 받지 않아도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이어 근본적으로 난민 문제는 서방이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서방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조만간 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이번 주 메르켈 총리 대행과 2차례, 루카셴코 대통령과 1차례 통화하고 난민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벨라루스와 터키도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항공사 '벨아비아'는 난민들을 벨라루스로 운송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이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사태의 책임을 터키나 터키 항공사들에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여행자들은 벨라루스로 가서 그곳에서 리투아니아나 폴란드, 다른 EU 국가들로 가고 있다"면서 "이 일과 관련해 터키나 터키 항공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오해이며, 부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상황은 여전히 긴장돼 있다고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13일 밝혔다.
국경수비대는 "국경 지역에 여러 국가 출신 난민 약 2천 명이 남아있고, 난민들이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이들에게 장작과 물 등을 제공하고 다른 인도주의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들은 국경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으나 현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물이나 식료품 등도 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13일 새벽 폴란드 북동부 포들라스키에주 국경에서 난민 약 100명이 벨라루스 쪽에서 장애물을 부수고 폴란드 쪽으로 월경을 시도했으나 군인들의 저지로 숲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지역에서 난민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도 발생했다.
포들라스키에주 경찰은 이날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지역 숲속에서 20세의 시리아 국적자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부검과 사인 규명을 위해 시신을 법의학 감정부서로 넘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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