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 철수한 아프간서 카타르가 美이익대표국 맡기로
미-카타르 합의문 서명…제한적 영사 업무·대사관 부지 순찰 등 담당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내 자국 대사관을 철수시킨 가운데 앞으로 카타르가 아프간에서 미국의 이익대표국 역할을 하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날 미 국무부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익대표국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의 거류민을 보호할 임무를 위탁받은 제3국을 뜻한다.
12월 31일부터 효력이 생기는 이 합의문에는 카타르가 자국의 아프간 대사관에 미국의 이익대표부를 위한 전담 직원을 배치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카타르는 아프간 내 남은 미국 시민을 위해 여권 신청서 접수, 서류 공증, 정보 제공, 비상 상황 시 지원 등 제한된 범위의 영사 업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대사관이 있던 지역의 감시와 순찰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날 합의에는 카타르가 미국의 특별이민비자(SIV)를 신청한 아프간 현지 조력자에 대한 심사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8천 명까지 자국에 수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지난 8월 아프간 철군을 진행하던 도중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현지 대사관을 철수시킨 뒤 카타르에서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에서 아프간의 합법 정부로 인정받길 원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탈레반의 자국민 인권 존중 등 행동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에 대해 미국과 탈레반이 향후 직접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AP는 미국이 가까운 미래에 아프간에 대사관을 재개관할지에 관해 확신이 거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이란의 경우 스위스를, 북한은 스웨덴을, 시리아는 체코를 각각 자국의 이익대표국으로 하는 합의를 갖고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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