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는 노예제"…백신저항 선봉에선 에릭 클랩턴
WP "팬데믹 봉쇄 이후 공연 타격받자 반백신 행보"
영향력 이용한 과격 행보에 전문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자유로운 몸이 되고 싶나, 아니면 노예가 되고 싶나?"
'기타의 신'으로 칭송받는 영국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지난해 12월 발매한 곡 '스탠드 앤드 딜리버'(Stand and Deliver)의 가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를 노예제에 빗대고 있다.
클랩턴은 이 노래를 시작으로 팬데믹에 따른 정부의 봉쇄정책과 백신 의무화 조치를 비판하는 행보를 걷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클랩턴은 '스탠드 앤드 딜리버'에 이어 올 8월에는 코로나 봉쇄 정책을 비판하는 '이제 멈춰야 해'(This Has Gotta Stop)를 발표했다.
그는 백신이 의무화된 지역에선 공연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9월 텍사스에서 공연했을 때는 그레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와 나란히 촬영한 사진이 주지사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애벗 주지사는 백신 접종 의무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등 연방정부 정책에 역행하며 갈등을 빚는 인물이다.
이 사진이 논란을 낳자 클랩턴 측 관계자는 이것이 반낙태 정책에 대한 찬성 입장 표명으로 해석되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도 "클랩턴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WP는 그간 정치적 이슈에 거리를 두고 있던 그가 최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논쟁적인 행보로 논란을 일으키자 주변 동료들과 가족들도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클랩턴은 지난 6월에는 인터뷰에서 '스탠드 앤드 딜리버'가 공개된 이후 공격에 시달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봉쇄에 대해 말하는 순간부터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음악가 지인들과 연락이 잘 닿지 않으며 가족과도 멀어졌다고도 했다.
WP는 클랩턴의 반백신 행보의 배경으로 팬데믹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는 등 음악 활동이 타격받은 사실을 꼽았다.
클랩턴은 지난해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공연을 녹화할 계획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로 공연이 취소됐다.
이에 대해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내 능력이 얼마나 갈지 모르는 나이가 됐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해 7월에는 자신과 8개의 앨범 작업을 같이한 드러머 제이미 올데이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일렬의 사건은 이후 클랩턴이 봉쇄정책 등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WP는 해석했다.
76세 고령에다 청력 등 각종 건강 문제를 달고 사는 클랩턴으로서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느꼈을 것이고, 이에 음악 활동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랩턴의 지인은 "공연은 클랩턴에게 숨 쉬는 것과 같다"며 "그게 클랩턴이 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그의 백신 접종 경험도 역설적으로 반백신 행보를 부추겼다고 한다.
클랩턴은 지난 2월 백신을 접종했지만 1차 접종에선 일주일간 일을 못했고 2차 접종 땐 더 큰 후유증을 앓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클랩턴은 "손발의 감각이 없어지거나 불타는 듯했고 2주간은 아무것도 못 했다"며 "다시는 연주를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그는 평생 바늘 공포증이 있었으며 정부 정책에도 회의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기타의 전설로 불리는 그가 반백신 행보에 영향력을 이용하는 것을 두고 의료 전문가 사이에서는 우려도 새어 나온다.
전염병 전문인 조슈아 바로카스 미 콜로라도대 의과대학 부교수는 "그는 이 팬데믹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그가 선택한 것은 친코로나, 반공중보건 노선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클랩턴은 이전에 인종차별 논란도 빚은 바 있다.
당시 영국으로 이민이 급증하면서 극우의 반대운동이 고조됐던 1970년대 클랩턴은 버밍엄 콘서트에서 "영국을 백인 위주로 유지하는 것(keep England White)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과격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저항의 상징인 로큰롤의 대부로 불리는 클랩턴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음악인이며 그래미 어워드를 총 18번 수상했다.
WP는 클랩턴에 최근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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