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석탄에서 메탄 전구물질 생성되는 과정에 미생물이 직접 작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석탄은 에너지와 화학산업 원료로 산업혁명의 초석이었지만 기후위기가 국제 이슈가 된 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표적 화석연료로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식물이 땅에 묻힌 뒤 석탄이 되는 과정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맥스 K. 로이드 교수팀은 1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식물이 땅속에 묻혀 석탄이 생성되고 메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미생물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석탄은 습지 식물이 쓰러져 땅속에 묻힌 뒤 만들어진다. 묻힌 식물체는 토탄이 됐다가 갈탄, 아역청탄, 역청탄을 거쳐 무연탄이 된다. 무연탄의 성분은 대부분 탄소지만 갈탄에는 여전히 식물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채취한 나무와 석탄 표본에서 석탄의 일부를 이루는 원자단인 메톡실기(methoxyl groups)를 분석, 나무 속에 있는 유기물질이 혐기성 미생물의 작용으로 석탄과 메탄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로이드 교수는 "지구화학자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이 석탄은 온도와 산(酸), 촉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답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석탄과 메탄이 그런 메커니즘이 아니라 미생물이 직접 석탄에서 메톡실기를 떼어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메톡실기는 수소 원자 3개가 붙은 탄소 원자가 산소 원자에 결합한 원자단이다. 석탄에서 메톡실기는 석탄을 구성하는 고리구조 중 하나에 붙어 있다. 석탄에서 떨어진 메톡실기는 메탄으로 바뀐다.
석탄에 포함된 메톡실기가 떨어져 나온 뒤 메탄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메톡실기 속에 있는 안정된 탄소 동위원소들을 조사했다.
안정된 동위원소는 핵 안에 있는 중성자 수가 서로 다른 비방사성 원소다.
자연계에 가장 많은 탄소-12는 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6개씩이지만, 자연계에 미량 존재하는 탄소 13은 양성자 6개, 중성자가 7개 들어 있어 질량이 탄소 12보다 중성자 1개만큼 크다.
식물 같은 생물학적 유기체는 동위원소 중 하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유기체 속의 동위원소 비율은 자연계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동위원소 비율과는 달라진다.
연구팀은 세계 각지에서 채집한 나무에서 역청탄에 들어 있는 메톡실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그 속의 탄소 동위원소 비율이 석탄이 열과 산, 촉매 반응에 의해 생성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비율과 다른 대신 혐기성 미생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질 때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로이드 교수는 "호기성 미생물은 석탄 내부의 고리구조를 분해할 수 있지만 혐기성 미생물은 고리구조를 분해할 수 없다"며 "석탄 지대 땅속의 혐기성 미생물이 석탄·메탄 생성에 관여할 방법은 석탄의 고리구조에 붙어 있는 메톡실기를 끊어내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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