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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시대 첫 '쌍십일'…'눈에 띄지 말자' 숨죽인 알리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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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시대 첫 '쌍십일'…'눈에 띄지 말자' 숨죽인 알리바바
요란한 축제 분위기 사라져…당국은 '소비 함정' 경고
최고 인기 쇼핑 호스트 '라방' 1억명 시청
타오바오 트래픽 몰려 일시 장애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11·11 쇼핑 축제(雙11·쌍십일)가 11일 시작됐다.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당국 비판 사건을 계기로 폭넓은 자율을 누리던 중국 인터넷 산업이 '규제의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처음 맞는 쌍십일 행사에서 알리바바 등은 마케팅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몸을 사려 예년의 축제 분위기는 사라진 모습이다.
알리바바는 이날 오전 0시부터 타오바오(淘寶), 티몰, 알리익스프레스, 허마셴성(盒馬鮮生) 등 자사의 여러 플랫폼에서 11·11 쇼핑 축제를 시작했다.
쌍십일 쇼핑 축제는 이날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된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1∼3일을 '1차 구매 기간'으로 설정해 운영한 바 있어 이날 하루는 '2차 구매 기간'에 해당하지만 이날이 사실상의 본행사다.
과거 11·11일 쇼핑 축제는 11일 하루 열렸지만 알리바바는 작년부터 축제 분위기를 연장해 총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1차 구매 기간(1~3일)을 새로 만들었고 다른 경쟁 업체들도 모두 이를 따라했다.
중국 인터넷 산업이 급속히 강화된 규제로 위축된 가운데 올해 11·11 쇼핑 축제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가라앉았다.
알리바바는 당국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려는 듯 매년 쌍십일 전야부터 12일 0시직후까지 내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진행하던 미디어 행사를 취소했고 실시간 매출 동향 정보 공개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11일 0시부터 45분 동안 382개 브랜드의 판매량이 1억 위안(약 185억원)을 넘었다는 내용의 짤막한 발표만 했을 뿐 더 자세한 행사 중간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과거 알리바바는 실시간 매출액 추이를 공개했고 중국 매체들은 새벽부터 알리바바 매출액을 경마식으로 앞다퉈 보도하면서 요란한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관영 매체들이 11·11 쇼핑 축제 동향에 관한 보도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어 현지 언론 보도만 봐서는 11·11 축제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갈 정도다.
과거 11·11 쇼핑 축제 열풍을 자국의 거대한 내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앞다퉈 선전하던 관영 매체들은 거꾸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눈속임 할인' 등을 경고하면서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베이징청년보는 중국표준화협회가 펴낸 '중국 소비자'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소비자들이 11·11 쇼핑 축제 기간 '가격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화통신 계열 경제지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도 이날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쌍십일 축제 기간 친환경 방식 물류 추진 등 탄소 배출 저감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만 예년 같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알리바바 등 플랫폼에서 많은 구매를 하고 있다.
한정 할인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가장 집중되는 이날 0시 직후 알리바바의 대표플랫폼 타오바오에는 너무 많은 고객이 몰려 고객들의 장바구니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 등의 장애 현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물건을 파는 라이브 커머스로의 쏠림 현상도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알리바바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 라이브(淘寶直播)에서 양대 인기 쇼핑 호스트인 웨이야(薇?)와 리자치(李佳琦)의 방송을 시청한 사람만 해도 각각 1억100만명, 8천515만명에 달했다.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웨이야의 쌍십일 1차 방송에서는 LG생활건강의 1천590 위안(약 29만원) 짜리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화장품 세트가 3만4천개 이상 팔리는 등 여러 한국 화장품 제품들도 선전했다.
과거 한때 중국에서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光棍節)라고도 불렸던 11·11 쇼핑 축제는 2009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해 올해 13회째를 맞는다.
알리바바의 할인 행사가 대성공을 거두자 중국에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같은 기간 할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매년 11월 11일은 중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알리바바는 물론 징둥, 핀둬둬, 쑤닝 등 중국의 여러 온라인 쇼핑몰도 동시에 쌍십일 할인 행사에 들어갔지만 중국에서는 매해 행사의 주인공 격인 알리바바의 실적에 특히 많은 관심이 쏠린다.
알리바바의 거래액은 중국 전체 11·11 쇼핑 축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인 소비의 활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주목을 받는다.
작년 11월 1∼11일 알리바바의 전 플랫폼에서 이뤄진 거래액은 4천982억 위안(약 9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반대'를 빅테크 규제의 주요 명분으로 내걸며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양적 확대를 마뜩잖게 바라보고 있어 알리바바가 올해 작년을 넘어서는 거래액 달성 목표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알리바바는 사세 확장을 상징하는 11·11 쇼핑축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최근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 인수합병, 행사 기간 연장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왔는데 올해는 이런 '인위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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