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이 숨통 조이고 있는 아이티…연료난에 식수난까지
갱단의 연료수송 봉쇄로 도미노 피해…"비 내리라고 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의 극심한 연료난이 식수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10일(현지시간) 갱단의 도로 봉쇄 탓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연료 부족으로 물 펌프를 가동하지 못하게 돼 주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도로가 막혀 생수 배송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 주민들이 빗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여성은 로이터에 "비가 내리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연료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8월 대지진 등으로 혼란이 극심해진 아이티에선 혼돈을 틈타 갱단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포르토프랭스 일대의 40%를 갱단이 장악하고 몸값을 노린 납치나 약탈 등을 일삼고 있다.
갱단들은 주요 연료 터미널도 장악한 채 도로를 막고 연료 수송을 차단했다.
수도권 일대 최대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아리엘 앙리 총리가 사퇴하면 봉쇄를 해제하고 연료 트럭의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료 부족에 도시가 마비되고, 병원에선 자체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도 이르렀다. 통신에도 차질이 생기고 먹는 물까지 부족해지는 등 연료난의 피해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아이티 경찰은 안전하게 생필품을 수송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연료 차량의 이동은 여전히 막혀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아이티 식수 관리당국은 "무장단체들이 대규모 인프라 시설을 장악했다. 물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갱단에 설명하고 있는데 일부는 납득했지만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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