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전 과거를 마주하다…베를린서 파독간호사 사진전
공모 통해 60여점 전시…베를린 시내 관광·생일파티 등 모습 담겨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저 때는 정말 어렸는데…밤마다 엄마 보고파서 눈물 지었어요."
정명열 재독한인간호협회 이사는 8일 파독간호사로 베를린에 도착했던 1970년, 22살이었던 자신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베를린에 사는 1세대 한인 어르신들을 돌보는 사회복지단체 해로는 이날부터 13일까지 베를린 중심가에서 '고국을 떠나온 파독근로자 세대공감 사진전'을 열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은 지난 5∼6월 사진공모전을 통해 파독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해로가 돌봐온 어르신들의 유품사진 중 선별됐다.
전시된 60∼70점의 사진에는 파독 간호사들이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당시 모습을 비롯해 병원에서 실습하는 모습, 독일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이 담겼다.
간호사들이 들떠서 첫 베를린 시내 관광에 나선 모습, 어학원에 다니는 모습, 숙소에서 연 첫 생일파티에서 콜라로 건배하는 모습, 처음 독일을 방문한 어머니와 함께하는 모습 등도 볼 수 있다.
봉지은 해로 대표는 "고국에서 멀리 떨어져 노후를 보내던 파독 근로자들이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개인적인 사진들을 보내왔다"면서 "사진을 찾으면서 이들은 그립고, 사랑했고, 후회했던 과거의 순간들과 마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에서 1963년부터 1977년까지 1만8천여명의 간호사와 광부 등 근로자를 파견받았다. 이는 경제적 필요에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독일과 같이 분단된 국가에 대한 지원의 의미도 있었다고 해로 측은 설명했다.
파독근로자들 중 절반은 파견 기간이 끝난 뒤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에 남았고, 교회 공동체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독일에 사는 한국출신 이민자는 5만명에 달한다.
봉 대표는 "세대 간에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공모했더니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면서 "과거와 마주하는 순간 등을 통해 더 풍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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