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검토…'백신 접종 차질' 우려도
전문가 "감염 막는 주요 수단은 백신…변이도 경계해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선도해온 이스라엘이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구매를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경구용 치료제 보급이 자칫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 기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치료제와 예방약인 백신의 기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경고도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최근 화이자 측에 새로 개발한 알약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전날 각료회의에서 "치료제에 관해 깊이 있는 연구와 구매 검토를 지시했다"며 "승인이 이뤄지면 치료제는 백신과 더불어 팬데믹에 맞서는 중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이자는 지난 5일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알약 형태의 자사 항바이러스제가 입원 또는 사망 확률을 89%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능한 한 빨리 사용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백신 보급 초기인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빠른 속도로 대국민 접종을 진행했고, 추가접종(부스터샷)도 가장 먼저 도입한 뒤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지구촌의 임상실험실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이스라엘 당국의 치료제 구매 결정과 활용 방법 등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화이자로부터 충분한 백신을 공급받았던 이스라엘은 먹는 치료제도 어렵지 않게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최고 행정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는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화이자와) 좋은 관계가 치료제의 조속한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 보급이 예방 백신 기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부 고위 당국자는 국영방송 칸(Kan)에 "새로운 치료제 소식이 부스터샷을 포함한 백신 접종 확대 노력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 예방이 아닌 사후 치료 목적의 치료제가 코로나19 대유행의 방향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인 셰바 메디컬 센터의 감염병 책임자인 갈리아 라하브 박사는 "치료 약은 환영받아야 하며 훌륭하다. 하지만 이 약의 보급은 코로나19 대유행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하브 박사는 "치료제를 쓰려면 먼저 환자를 찾아내야 하고 상태가 좋을 때 약을 먹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또 때로 환자에게 여러 가지 약을 섞어서 처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입원 및 중증 환자 발생을 막는 주요 수단은 절대적으로 백신이며, 치료제는 두 번째 수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라하브 박사는 또 "통상 항생제를 쓰면 약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생겨난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가 변이를 일으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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