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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원폭 한국 희생자 위령비 건립위원장 "동포 염원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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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원폭 한국 희생자 위령비 건립위원장 "동포 염원 이뤄"
강성춘 "재일동포 손으로 건립…한국 정부도 지원"



(나가사키=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재일 한국인 동포의 손으로 염원이던 나가사키(長崎) 원자폭탄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드디어 건립했습니다."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주도한 강성춘(63)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나가사키현 지방본부 단장은 5일 민단 나가사키 본부에서 열린 한국 언론 도쿄특파원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앞둔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6일 오전 10시 40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선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등 한일 양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나가사키시에서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8월 9일 원폭이 투하돼 약 7만4천명이 사망했다. 이 중 수천명∼1만명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희생자가 발생한 지 76년, 건립 추진 27년 만에 세워졌다.
강 단장은 "민단 나가사키 본부는 1994년 5월에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위해 나가사키시에 장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1994∼1997년 평화공원 재정비 공사 때문에 장소 제공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건립이 거듭 추진됐지만 여러 이유로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던 위령비 건립은 2011년 3월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나가사키시에 건립 진정서를 내고, 이듬해 11월 주후쿠오카(福岡)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평화공원 내 위령비 건립 장소 제공을 요청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3년 7월에는 민단 나가사키 본부를 중심으로 건립위원회가 결성됐다.
그러나 나가사키시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배경인 일제 강제 동원 관련 비문 내용과 위령비 디자인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건립위 결성 당시 사무국장이었다가 2016년부터 위원장을 맡은 강 단장은 "위령비의 형상과 비문 내용 등에서 문화와 견해의 차이로 당초에는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서로 건립 의의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끈질기게 협의를 거듭해 이번에 건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위령비 형상 문제는 건립위는 당초 높이 3.5m로 만들려고 했지만, 나가사키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3m로 낮췄다.
징용과 관련해 '강제'라는 표현은 안 된다는 입장을 시 당국이 고수함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해'라는 표현으로 타협을 봤다.
위령비 안내문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노동자, 군인 및 군무원으로 징용, 동원되는 사례가 증가했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발생한 배경이 설명돼 있다.
강 단장은 위령비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된 데 "감개무량하다"며 나가사키 평화공원과 원폭 자료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국인 원폭 피해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위령비는 원폭 자료관 바로 앞에 자리 잡았다.
현재 나가사키 평화공원 한쪽에는 1979년 일본 시민단체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주도로 건립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가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민단 주도로 한국인 위령비가 건립된 것은 처음이다.
다른 원폭 투하 지역인 히로시마시에는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현지 평화기념공원에 건립돼 매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날인 8월 5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리지만, 나가사키에는 한국인 위령비가 없어 추모 행사도 하지 못했다.



강 단장은 "앞으로 매년 원폭 투하 전날인 8월 8일에 새로 건립된 위령비 앞에서 추모 행사를 개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령비 건립은 한국 정부의 지원과 재일 동포 및 관계자 모두의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위령비가 한일 양국의 진정한 우호 증진과 한국인 피폭 역사를 후대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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