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불씨 살아날라'…안보리,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 1년 연장
러시아 포함 만장일치 승인…보스니아 특사 보고는 러 반대로 무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 최대 화약고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에서 다시 민족 갈등의 암운이 드리워지는 가운데 현지에 주둔한 유럽연합(EU) 평화유지군 활동이 유엔 승인 아래 1년 연장됐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현지시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EU군 평화유지 활동의 1년 연장안을 승인했다.
현재 보스니아에는 약 600여 명의 EU 병력이 주둔해 있다.
이번 결정은 보스니아를 구성하는 세르비아계 스릅스카 자치 공화국(RS)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동안 RS 분리·독립 지지 목소리를 내온 지도자 밀로라드 도디크는 지난달 스릅스카 공화국 내 보스니아 중앙정부의 권한을 정지하고 독자적인 통치기구와 군대를 창설하겠다고 공언해 서방국들의 우려를 샀다.
보스니아는 보스니아계(이슬람)와 크로아티아계(가톨릭)가 주도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구성된 두 체제 국가다. 여기에 각 민족을 대표하는 3인의 대통령 위원이 통솔하는 중앙정부와 연방의회가 존재한다.
이는 1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참혹한 내전(1992∼1995) 종식을 위해 미국 주도로 체결된 데이턴 평화협정에 따른 것이다. 또 다른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민족 분포에 따라 지배 체제를 나누되 하나의 국가 형태는 유지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지지를 받는 도디크가 서방에서 이식된 통치 체제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반기를 들면서 26년간 잠복해있던 민족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안보리 표결 전 보스니아 유엔 고등대표부를 이끄는 독일 출신 크리스티안 슈미트 특사의 상황 보고는 성사되지 않았다.
슈미트 특사는 안보리에 출석해 도디크의 도발적인 움직임으로 보스니아가 전후 최대 위협에 직면했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와 대응이 긴요하다고 강조할 예정이었다.
이번 슈미트 특사의 불출석은 EU 평화유지군 활동 연장을 성사시키기 위한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타협의 산물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데이턴 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고자 창설된 보스니아 고등대표부가 서방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편파적 활동으로 보스니아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 슈미트 특사를 안보리에 출석시키지 않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EU군 활동 1년 연장에 대한 찬성을 얻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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