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이퍼링에 국내 기업도 '긴장'…"당장 영향 적어도 예의주시"
금리·환율 인상 우려…가전·자동차 등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간다고 4일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금리 인상 등 테이퍼링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 연준은 매월 150억달러(미국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채권(MBS) 50억달러)씩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테이퍼링의 전개로 경기 부양책이 종료되면 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질 수 있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에는 선을 그으면서 당분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등 전자 기업들은 미국 테이퍼링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면서도 향후 금리와 환율 변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선호 경향이 커져 통상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다. 특히 금리 인상시 시설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게 된다.
아울러 유동성 축소에 따라 미국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소비지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테이퍼링은 예견된 일이었고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라며 "테이퍼링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금리나 환율 변동을 주시하며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테이퍼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테이퍼링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자동차 업계의 경우 수요 부족이 아닌 공급 부족이 문제"라며 "수요는 이미 1~2년치가 밀려있어서 수요가 줄어드는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소비심리 위축과 영세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경영난이 우려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차적으로 금리 인상이 있다면 소비심리 축소가 우려된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며 "환율 등 다양한 경제적인 영향이 어떻게 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로 항공유 구매비와 항공기 리스비를 지급하는 항공사의 경우 환율이 오를 경우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철강업계는 테이퍼링으로 경기가 위축돼 자동차, 조선 등 수요 산업이 영향을 받으면서 철강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환율 상승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 비중이 30∼50%인 철강업계로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원재료 수입 가격이 상승하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올해 들어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원자잿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테이퍼링으로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 산업의 경우 생산비 중 원재료 비중이 평균 83%로 원재료 가격의 변동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플라스틱 부품이나 반제품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