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인터넷' 대외팽창 시도…美와 '디지털 표준전쟁' 예고
중국, 디지털경제협정 가입 전격 신청…바이든 '포위 시도'에 '맞불'
인터넷보안 3법 완비에 빅테크 제압 등 '내부 정리' 끝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식 인터넷 질서의 외연을 바깥 세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신냉전 와중에 미국은 동맹들과의 '디지털 연대'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려고 구상하고 있어 향후 첨단 산업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후속 조치도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중국 상무부는 1일 DEPA 관리국인 뉴질랜드에 정식으로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DEPA 가입 신청은 세계 보편의 인터넷 질서와 거리를 둔 채 '거대한 갈라파고스' 생태계를 형성해왔던 중국이 태도를 전환해 세계 인터넷 표준 제정에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음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간 중국 인터넷 생태계는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강력한 당국의 검열과 통제 시스템 속에서 작동해왔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는 세계 대부분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검색, 지메일, 넷플릭스, 위키피디아 같은 서비스 접근이 불가능하다.
중국에는 유쿠(優酷)가 유튜브를, 웨이보(微博)가 트위터를, 위챗이 페이스북을 대신하는 식이다.
중국 바이트댄스(중국명 쯔제탸오둥<字節跳動>)가 만든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세계를 강타했지만 중국 이용자들은 틱톡의 자매 서비스인 더우인(?音)에서 따로 모여 독자 생태계를 이룬다. 틱톡과 더우인은 사실상 거의 같은 서비스지만 두 플랫폼 이용자들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 우주' 속에 있다.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칠레가 회원국인 DEPA는 디지털 신분 인증, 개인정보 보호, 국경 간 디지털 유통 등에 관한 질서를 논의하는 장이다.
따라서 그간 자국인들에게 유입되는 각종 정보를 통제하고자 '보호막' 치기에 급급했던 중국이 이제 태세를 전환해 강력한 통제와 관리를 위주로 한 자국 특유의 디지털 질서를 새로운 세계 표준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공세 전환 움직임은 마침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디지털 무역협정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의 DEPA 가입 신청 동향을 다룬 기사에서 "외부 세계는 디지털 경제 분야가 미중 간 각축 분야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DEPA 가입 신청은 미국의 자국 포위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전 선수 치기의 성격도 짙다.
DEPA에는 기존 가입국인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외에도 한국, 캐나다 등이 추가로 관심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현존하는 DEPA를 활용해 자국 주도의 디지털 무역협정 판을 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DEPA 가입 신청은 국내 개혁 및 더욱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 확대 방향과 부합한다"며 "이는 또한 중국의 새로운 발전 상황 환경하에서 각국과 디지털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인터넷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빅테크 길들이기'를 마무리함으로써 한층 공세적으로 디지털 질서 주도권을 추구하고 나설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중국 최고 부호였던 마윈(馬雲)의 당국 공개 비판 사건을 직후부터 중국은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금융 안정,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명분을 앞세워 기업이 국가의 통제에 철저히 순응하도록 판을 새로 짰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당국이 가진 압도적인 행정력을 앞세워 대형 인터넷 기업들을 '순종'시키는 데서 나아가 법제 정비를 통해 기술 산업을 규제하는 다층적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 2017년 시행된 사이버 보안법에 이어 중국은 올해 9월 1일 중국 내 데이터의 외국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데이터보안법, 11월 1일 인터넷 사업자의 개인정보 획득과 활용을 엄격히 제약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들어갔다.
업계에서 '인터넷 3법', '사이버 3법'으로 불리는 이들 3대 법 완비로 중국 내 인터넷 사업 환경이 과거와는 획기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은 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련의 법률을 만들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디지털 세계의 글로벌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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