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권자 또 자민당 선택…기시다, 권력 기반 지켜(종합)
의석감소 예상보다 적어…간사장 초유의 패배는 '경고'
야권 후보단일화에도 의석 줄어…제3세력 일본유신회 약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4년여 만에 실시된 중의원 총선에서 일본 유권자는 다시 자민당을 신임했다.
의석 감소가 예상보다 적었는데 유권자들이 안정감을 앞세운 자민당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양상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첫 시험대를 통과해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 자민당 '위기론' 속 총선…기시다 취임 후 선방
1일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집계에 의하면 전날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은 오전 3시36분 현재 전체 465석 가운데 259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은 9석이 어느 당에 돌아갈지 미확정이다.
단독으로 절반을 넘은 것은 물론이며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장과 모든 상임위 과반을 장악하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를 시야에 넣었다.
직전의 276석에는 못 미치지만, 그간 나왔던 최근 나온 관측에 비춰보면 좋은 성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하기 2개월 전인 올해 8월 일본 주간지 조사에서 자민당이 과반(233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최근 실시된 주요 신문 조사에서도 과반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여러 악재로 인해 자민당의 선거 전망은 어두웠다.
특정 비밀 보호법 제정·안보법제 개편 강행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밀어붙이기 정치를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꽤 확산했다.
모리토모(森友)학원·가케(加計)학원 사건이나 '벚꽃을 보는 모임' 사건 등 아베 정권 시절의 각종 비리 의혹도 유권자를 실망하게 한 사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도 상당했으며 기시다의 전임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재임 중에는 '불통 정치'라는 비판도 비등했다.
2012년 자민당이 재집권한 후 가장 악조건 속에서 실시된 선거치고는 선방한 셈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된 스가 총리가 퇴임하고 기시다 총리가 취임하면서 정권의 '얼굴'을 바꾼 것이 일정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70%를 넘긴 가운데 한때 하루 2만5천명을 넘었던 신규 확진자가 최근 300명 안팎까지 축소하면서 방역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도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 안정감 중시한 유권자 다시 자민당 선택…야권 단일화 효과 의문
이른바 '자민당 프리미엄'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일본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각 지지층에는 자민당 정권이라서 지지한다는 이들이 꽤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가 자민당에 상당한 불만을 지니고 있음에도 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한계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양상이다.
자민당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야당이 미덥지 않아서 자민당을 계속 지지하는 이들이 꽤 있는 셈이다.
이는 2012년 말까지 약 3년 3개월 이어진 옛 민주당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때 보여준 '우왕좌왕' 대응이 일본 유권자가 자민당의 대안으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선뜻 택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약 7년 9개월 이어진 아베 정권과 아베 계승을 표방한 스가 정권의 폐해를 비판하며 '정권 교체'를 내걸었으나 유권자들은 여전히 자민당이 주는 안정감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헌민주당을 포함해 5개 주요 야당이 전국 289개 지역구의 75%인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단일화에 참가한 5개 야당이 확보한 의석은 이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많은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 (단일화가)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면서 자민당이 "야당의 의견을 듣고 정중한 국회 운영을 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단일화에 동참하지 않고 제3세력을 표방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기존(11석)의 4배에 육박하는 40석을 확보한 상황이다.
자민당의 감소한 의석과 다른 야당의 의석을 흡수한 양상이다.
앞서 주요 언론의 조사에서 부동층이 30∼4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 중에 결국 자민당에 표를 던진 이들도 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기시다 '위기론' 진화…간사장 지역구서 초유의 패배
기시다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일단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불식하고 자민당의 위기론을 상당 부분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 시절만큼의 압승은 아니지만, 야당의 후보 단일화 전략을 제압하고 권력 기반을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했다.
기시다는 총선 후 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추가경정예산을 연내에 처리하고 경제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 구상을 실현할 정책의 구체화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자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로 받아들일 부분도 드러났다.
자민당 거물이 줄줄이 패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할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야당 신인에게 밀려 패배했다.
현직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패배한 것은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리는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것이 패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기시다 총리에게 사임할 의향을 전달했다.
또 와카미야 겐지(若宮健嗣) 국제박람회(엑스포) 담당상,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전 자민당 간사장,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전 디지털 담당상,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올림픽 담당상 등이 소선거구(지역구)에서 야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일부는 중복으로 출마한 비례대표에서 구제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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