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 다양할 때 더 나은 결정"…세계적 추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가 내년부터 상장기업에 최소한 한 명의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한다.
30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자프룰 아지즈 재무장관은 전날 의회에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대기업은 내년 9월 1일부터, 기타 상장기업은 2023년 6월 1일부터 최소한 한 명의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이사 의무화 규정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성이 경제에 기여하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고,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사회 구성이 다양할 때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여성 이사 의무화, 할당제는 세계적 추세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18년 10월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의무화법을 50개주 가운데 처음으로 제정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8월 나스닥 상장기업 이사회에 최소한 여성 한 명과 소수인종 또는 성소수자 한 명을 의무적으로 두는 제도를 승인했다.
노르웨이는 임원이 9명 이상인 경우 남녀 비율을 각 40% 이상으로, 독일은 이사가 3인 이상인 이사회의 경우 3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여성 한 명 이상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말레이시아는 상장기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50개 기업에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다.
현지 여성단체들은 상장기업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 도입을 반겼다.
다만, '최소한 한 명'이라는 요건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여성단체 '모든 여성의 행동 모임'(AWAM)은 "정부가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최소한 한 명이라는 요건은 개선돼야 한다"며 "여성 대표성 30% 확보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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