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치즈 먹던 4천년 전 미라 정체는…토착민이었다"
서울대·중국·독일 등 공동연구팀 "빙하기부터 거주한 토착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사막지대인 타림 분지에서 20세기 초부터 4천여 년 전 미라가 거의 완전한 상태로 다수 발견됐다.
서구적 외모에 보트 모양의 관에서 가죽과 양모로 짠 옷, 치즈, 밀 기장 등과 함께 발굴된 이들의 기원을 놓고 학계에서는 서아시아 스텝 지대 목축인이라는 주장과 중앙아시아 산악지대나 사막 오아시스에서 이주해온 농경인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그러나 DNA 연구 결과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아니라 고대 빙하기부터 이 지역에 살던 토착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정충원 교수와 중국 지린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미국 하버드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8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타림분지 미라의 DNA 분석 결과 이들은 이주민이 아니라 주변에서 농경문화를 흡수한 토착민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중국 신장 지역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일명 '샤오허 문화'에 속하는 공동묘지에서 미라가 다수 발견됐다. 이 미라들은 서구적 외모에 보트 모양의 독특한 관에서 각종 청동기 농경문화 유물과 치즈 같은 유제품 증거가 함께 발굴돼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신장 북부 타림 분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3천∼2천800년 미라 13구와 신장 북부 중가리안 분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2천100~1천700년 미라 5구의 DNA를 분석하고, 이를 주변 지역의 미라 및 현대인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중국 초기 농경인인 이들의 기원은 약 9천 년 전 아시아에 살던 석기시대인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주변 지역 사람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있었지만, 유전적으로는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장 북부 중가리안 분지 미라들은 약 5천 년 전 중앙아시아 알타이산맥에서 온 청동기 시대 이주민들과 일부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타림 분지 미라들은 그들과 조상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는 타림 분지 미라의 주인공들이 4천여 년 전 주변의 농경인들과 교류하며 농경문화를 습득했지만 북부 중가리안 미라들처럼 이주민과 유전적으로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공동 교신저자인 정충원 교수는 "타림 분지 미라들은 약 9천여 년 전 현재의 북부 카자흐스탄과 남부 시베리아에 살았던 수렵채집인들과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대 마이크 프라체티 교수는 "사람들이 무역을 한다고 해서 꼭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 연구 결과는 문화 교류가 항상 유전적 결합과 함께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