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총회 먹구름…미중 고래싸움에 알맹이 없이 막 내리나
미중 계속 헛바퀴…전방위 갈등 속 기후변화 뒷전
중 "기후 협력하려면 관계개선" vs 미 "기후 위해 현안양보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올해 기후변화 총회가 미국과 중국의 세력다툼 속에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다음 달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미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26일(현지시간) 이같이 내다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총회에 불참하기로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은 벌써 무산된 상태다.
미국은 더 야심 찬 탄소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지원 철회를 구체화할 것을 중국에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자주권, 홍콩 자치권, 신장 지역 소수민족 탄압, 무역마찰 등 전방위 갈등 때문에 기후변화 의제는 뒤로 밀렸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지난달 중국에서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를 만났으나 다른 현안이 기후변화 협력을 위한 선결 과제라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WP는 결국 케리 특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중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연간 탄소배출 총량이 세계 1위인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 목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WP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전 기준으로 섭씨 1.5도까지 억제하자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실패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관계개선을 기후대응 협력의 조건으로 삼는 중국의 태도 때문에 알력도 목격되고 있다.
케리 특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중국과 관계개선을 요구하지만 우선순위와 입장이 다른 고위관리들도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후변화 의제를 위해 다른 현안을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6일 중국과 고위급 회담에서 "기후변화 협력을 중국이 미국에 베푸는 호의로 보고 거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미국 의회에서도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울 그리잘바(애리조나),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양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중대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탈탄소에 필요한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서도 선도적이기에 미중 기후문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WP는 두 나라의 관계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이 각자 국내에서 겪는 정치적 혼란도 이번 기후총회의 악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야심 차게 추진하는 법안은 최근 고배를 들었다.
미국 내 석탄, 천연가스 발전소를 태양광, 원자력, 풍력 발전시설로 대체하는 1천500억 달러(약 175조원) 프로그램이 민주당 내 반발로 좌초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치로 이 정책을 외국 정상들에게 내보일 작정이었다.
중국은 이달 들어 산업계 전반에 닥친 만성적인 전력공급 부족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당국이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과연 석탄발전과 결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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