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학자 "100여명 자살 도와…'조력 자살' 공론화되길"
현지언론 인터뷰…"스스로 선택한 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수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네덜란드 한 심리학자가 100여명의 자살을 도왔다고 주장하며 '조력 자살' 공론화 시도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78살인 빔 판데이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속한 민간단체 회의 참석자에게 1회 복용분에 50유로(약 6만8천원)를 받고 '자살 가루약'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판데이크는 "스스로 생 마감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향후 스스로 선택하는 시점에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수단을 조심스레 제공해왔다"며 "100여명에게 약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의사 집행을 제외한 조력 자살은 불법이다. 조력 자살은 불치병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죽음을 택한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연명조치 등 의료행위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도록 하는 존엄사와는 다르다.
앞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연방 정부가 발의한 조력 자살 합법화 법안에 의원들이 합의했다고 DPA 통신이 25일 전했다.
네덜란드 현행법은 병이 호전될 가망이나 대체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고통을 견디기 어려울 때 환자의 심사숙고를 거친 자발적 요청에 의해 의사가 환자의 생 마감을 도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의 경우는 만약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다.
판데이크는 자신의 범행 고백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개의치 않으며 사안이 공론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이야기에 대한 결과를 인지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사회가 크게 동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폭로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날 체포하든 감옥에 집어넣든 별로 신경 안 쓴다"며 "뭔가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판데이크가 속한 '최후의지협회'(CLW)라는 단체는 생애 마감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며 이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보다 진보적인 입법을 옹호한다.
이 단체는 최근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에 직면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가 합법화된 이후 갑절로 증가했으며, 일각에서 불붙은 찬반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조력 자살이 합법인 국가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등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전날 정부가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합법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조력 자살을 금지하는 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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