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자들과 성관계"…독일 유력지 빌트 편집장 쫓겨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독일 최대 부수의 타블로이드 매체 빌트 편집장이 성추문 끝에 자리에서 쫓겨났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빌트의 모회사 악셀 스프링거는 18일 성명을 내 율리안 라이헬트(41) 빌트 편집장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라이헬트와) 빌트 여직원들이 합의 하에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있고, 이와 관련해 권한 남용이 있었다고 볼 정황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7년 빌트 편집장을 맡은 라이헬트는 불륜 상대였던 여성 인턴을 편집장에 취임한 뒤 승진시키고, 성관계를 맺은 여직원에게 비밀리에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악셀 스프링거는 올해 3월 한차례 라이헬트를 조사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라며 편집장 직위를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라이헬트와 관련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파장을 키워왔다.
라이헬트가 자신의 성추문을 취재하는 매체에 압력을 넣어 기사를 취소시켰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라이헬트가 2018년 4월 자신과 홍보대행사 여직원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려던 한 경제지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취소시켰다고 보도했다.
빌트의 경쟁지인 독일 이펜 미디어는 라이헬트의 비위에 대한 심층취재 계획을 대주주의 지시로 지난주 돌연 취소해 편집국 구성원의 격한 반발을 샀다.
독일 저널리즘 전문가 모리츠 체르막은 "어쩌다 보니 이 사안은 라이헬트와 (악셀) 스프링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기자는 18일 독일 정부 기자회견에서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 대변인에게 독일 정부는 이런 행태가 언론자유를 위협한다고 우려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악셀 스프링거가 라이헬트에 대한 입장을 전환한데는 이처럼 악화하는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02년 빌트에 입사한 라이헬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조지아, 태국, 이라크, 수단, 레바논 등지에서 종군기자로 근무하며 이름을 알렸다. 빌트 편집장 시절에는 빌트 TV 개국 등 주요 사업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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