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충격에 급랭하는 중국경제…올해 전망 8% 안팎으로
부채·부동산 거품 우려로 통화완화 등 대처도 어려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원자재 가격 급등, 전력난,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사태 등 여러 악재 여파 속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중국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난해 보였던 8%대 경제성장률 달성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마저 고개를 든다.
국제기구와 투자 기관들은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중국 경제 성장 기대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 중국 경제 '전고후저' 기울기 예상보다 가팔라져
기저효과에 힘입어 지난 1분기 18.3%까지 치솟은 중국의 분기별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2분기 7.9%를 거쳐 3분기 시장 눈높이에도 못 미친 4.9%까지 떨어진 것으로 18일 확인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관련 통계 산출 후 역대 최고 수준이던 지난 1분기 성장률의 배경에는 작년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반기에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내려가는 '전고후저'의 추세를 보일 것은 예고된 상태였다.
하지만 전력난, 헝다 사태 등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다지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불안 요인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고강도 부양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확연히 벗어나면서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다.
작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신음할 때 중국은 비록 개혁개방 이후 최악의 성적이기는 했지만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2.3%)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서는 세계적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 내 코로나19 산발적 확산, 중국 정부의 거친 규제에 대한 민간 경제 위축, 헝다 사태로 인한 부동산 시장 급랭,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중국 내 전력 대란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도 약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산업 가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전력 대란과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의 디폴트 우려는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의 시장 심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
특히 전력 공급 제한은 제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인 50 밑으로 떨어져 49.6을 기록,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작년 2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또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리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헝다 사태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부상한 상태다.
한국은행 중국경제팀은 17일 펴낸 보고서에서 "헝다그룹 사태는 주로 건설투자 부진, 소비 회복 지연 등을 통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중국 경제 내 부동산 관련 부문 비중이 높아 주택경기 둔화, 건설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 중국 올해 8%대 경제성장 달성 도전…"여파 내년까지"
올해 중국 경제 성적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각 지난 4월과 5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8.4%, 8.5%로 전망하는 등 올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대 중반에서 9%대 사이로 예측하는 국제기구와 투자 기관들이 많았다.
하지만 IMF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1%로 낮췄다.
로이터 통신의 최근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2%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7월 설문 조사 때 전망치인 8.6%보다 0.4%포인트 낮아지 것이다.
이달 들어 골드만삭스와 노무라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8.2%에서 7.8%로, 8.2%에서 7.7%로 수정하는 등 일부 기관들은 중국이 올해 8%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8%대의 경제성장률은 다른 주요 나라와 비교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은 작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2.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올해는 8.3%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작년과 올해 평균적으로 예년 수준의 5.5%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된다고 가오루이둥(高瑞東) 광다(光大)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경기 급랭의 여파는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왕쥔 중위안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경기 하방 압력은 두세 분기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12일 보고서에서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린 5.6%로 제시했다.
이처럼 경기 급랭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 정부는 적극적 경기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헝다 사태를 계기로 부채 문제가 부각된 가운데 급등한 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수 있어 지급준비율 완화 같은 통화 완화 정책을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 속에서 9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0.7%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많은 전문가가 당초 인민은행이 연내에 추가로 지급준비율을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전망을 철회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 성장이 더욱 느려지고 있다는 신호들은 인민은행이 완화 정책을 펴도록 압력을 가하겠지만 전문가들은 부채와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의미 있는 조처를 하는데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 물가가 아직은 낮지만 치솟는 생산자 물가가 중앙은행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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