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정부, 야권과 대화 중단…마두로 측근 美 인도에 반발(종합)
"17일 예정된 대화 참여 안할 것"…미·베네수엘라 갈등도 심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정부가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한 야권과의 대화를 또다시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측근이 결국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마두로 정부 측 협상 책임자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17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재개될 예정이던 야권과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의장은 협상 중단 결정이 "정부 대리인인 알렉스 사브에 가해진 잔혹한 공격에 대한 강한 항의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사브는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인 콜롬비아 국적 사업가로, 지난해 6월 아프리카 카보베르데에서 체포된 후 이날 미국 법무부 전세기 편으로 미국에 인도됐다.
미국 정부는 사브가 마두로 정권의 식품 지원사업 비리에 연루돼 있다며 2019년 그를 돈세탁 혐의로 기소하고 추적해 왔다.
마두로 정권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은 사브가 마두로 정권의 자금 관련 비리를 상당 부분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사브를 베네수엘라의 '머니맨'이라고 표현하며 "미국 입장에서 사브는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과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지 자금 미스터리를 풀 열쇠"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브의 신병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마두로 정권 입장에선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마두로 정부는 체포 당시 사브가 정부 외교 특사 자격으로 출장을 가던 길이었다며 "납치"와 다름없다고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인터폴 수배 대상이던 사브는 전용기로 베네수엘라에서 이란으로 가던 중 카보베르데에 급유를 위해 들렀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발과 저지 노력에도 사브가 끝내 미국으로 인도되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관계도 급격히 악화하게 됐다.
마두로 정부는 이날 야권과의 대화 중단과 더불어 자국에서 가택연금 상태였던 미국 정유회사 시트고(Citgo) 임원 6명을 다시 붙잡아 가기도 했다고 로이터 등은 보도했다.
이들 6명은 2017년 베네수엘라에서 돈세탁과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됐는데, 당시 마두로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들을 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9년에도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야권과의 대화 테이블을 일방적으로 걷어찬 바 있다.
2년 만에 재개된 대화도 다시 중단되면서 베네수엘라의 오랜 위기도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난이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에선 '두 대통령' 사태로 요약되는 정치 혼란까지 겹치며 국민의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는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이날 트위터에 "마두로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화 참여를 중단하면서 국가의 시급한 위기 해결을 또다시 회피했다"고 비난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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