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드코로나] ⑭ 인도, 신규확진 41만→1만…이젠 방역보단 경제
방역 완화했다가 세계 '최악' 홍역 치렀는데도 다시 정상화 서둘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는 지난 15일부터 관광 비자 발급을 재개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지난 18일부터는 국내 항공편 탑승률(좌석 점유율)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 세계적인 문화유산 타지마할 등 주요 관광지는 이미 지난 6월에 재개방됐다.
수도 뉴델리 등 주요 도시의 일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대중교통 운행, 상점 영업, 산업 활동 등은 일부 제한 조치와 함께 거의 정상화됐다.
와중에 인도는 현재 1년 중 가장 큰 축제 시즌으로 접어든 상태다.
두르가 제례(11∼15일), 두세라 축제(16일)에 이어 다음 달 4일을 전후해서는 가장 큰 명절인 디왈리 축제가 진행된다. 인도 국민은 한 달가량 계속되는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도 크게 줄었다. 인도의 일상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이는 불과 5∼6개월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인도는 지난 5월초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1만명을 넘을 정도로 끔찍한 대확산에 시달렸다.
당시 신규 사망자 수도 하루 4천명 이상씩 보고됐다. '화장장 전기로의 굴뚝이 녹아내렸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희생자가 쏟아졌다.
하지만 6월부터 확산세는 급격하게 꺾였다.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신규 사망자 수도 100∼3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인구 2천만명의 뉴델리에선 신규 사망자 수가 50명 안팎으로 줄었다. 한때 이 수치는 2만8천명을 넘었다.
당국은 대확산 때 내려진 봉쇄 조치가 코로나19 상황을 진정시켰다고 말한다.
백신 접종 확대도 감염 확산 통제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인도에서는 약 9억8천만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2차 접종까지 완전히 마친 사람은 약 2억8천만명이다. 13억8천만 인구 가운데 20.3% 수준이다. 인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 성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다만, 인도의 일상 복귀 추진은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규 감염자 수가 1만명대로 줄었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준이 아닌데다 백신 접종률도 선진국에 비하면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그런데도 인도 당국이 이처럼 서둘러 일상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경제 회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에는 1996년 이후 최악인 -24.4%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조금씩 경기가 회복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계속 방역에 힘쓰기보다는 경제에 동력을 집중하는 게 급선무라고 당국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이제 축제 시즌 후 확진자 재폭증 여부에 쏠린다.
이미 인도는 서둘러 방역 빗장을 풀었다가 큰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인도 당국은 지난해 9월 10만명에 육박했던 하루 확진자 수가 올해 1∼2월 1만명 안팎으로 줄어들자 방역 조치를 크게 완화했다.
사람들도 방역에 무관심해졌고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 지방 선거 유세장 등에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몰렸다.
와중에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면서 이후 인도는 세계 최악의 대확산을 겪은 것이다.
인도의 경험은 일상 회복을 준비 중인 한국도 참고할만하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드러진 재확산 없이 백신 접종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도는 '위드코로나'를 넘어 '노모어(No more) 코로나' 단계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백신 보급 부문 수석 고문인 라지 샨카르 고시는 최근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백신 보급 속도를 고려하면 인도는 내년 1분기까지 전 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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