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前대북특별대표 "북 대외메시지 발신, 한미와 재관여 시사"
"北, 대화를 지렛대로 활용…남북 핫라인 재개설, 대선개입 의도일수도"
"종전선언, 패키지 일부라면 중요한 역할"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변덕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건 전 부장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 화상 북한경제포럼에서 북한이 최근 일련의 대미(對美) 성명을 내놓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배경으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외부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조건들을 고려하고 있고 그 조건 하에서 세계와 다시 관여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대화 기조의 대북 정책을 고수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며 북한에 연일 대화에 호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그간 끊었던 남북 간 핫라인을 복구했다. 정부는 이를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중요한 것은 소통의 연결고리"라며 "남북이 다시 직접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환영하며, 미국도 대북 소통을 재개해 유지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북 외교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북한의 심각한 고립과 일정 기간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소통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화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심지어 미국 등이 요구하는 조처를 하는 상호적인 방식보다도 대화라는 행위만으로도 인센티브를 얻으려고 대화를 모색한다"고 지적했다.
비건은 앞으로도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지난 미 대선에 그랬던 것처럼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는 내년 한국 대선을 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핫라인 재개설 등 북한의 최근 조치는 내년 한국의 정치적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개입을 시작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그는 한반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를 표하면서 "모멘텀 구축을 시작할 수 있는 일련의 단계나 조치들에 대한 조합의 일부라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성명"이라고 한 뒤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과장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조건 없는 만남을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제안을 싫어한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별도가 아닌 패키지의 부분이 될 수 있는 종전선언 가능성을 포함해 양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조용히 작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우리는 제재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외교에서도 벗어나지 않았다"며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실험 유예를 이끌면서 한반도에서의 분쟁과 전쟁을 피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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