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되고 싶은' 우크라이나의 험난한 여정
EU 지원에도 러시아 압박으로 EU·나토 가입 제동
EU, 러시아에 천연가스 의존 높아 난처한 상황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이 되려는 옛 소련권 국가 우크라이나의 여정이 험난하다.
우크라이나에선 2014년 반정부 시위가 크게 벌어져 친러시아 정권이 붕괴하고 친서방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러시아를 경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EU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와 정치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 우크라이나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해왔다.
경제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에 차관과 무상 공여 등을 포함, 100억 유로(약 13조7천억원) 이상의 유무상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과 섬유 제품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등 통상 혜택을 안겼다.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협력해 국가발전을 꾀하고 나아가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 유럽 국가의 일원으로 경제·정치 통합에 참여하고, 안보 동맹으로 국가안보를 보장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EU는 러시아에 에너지 자원을 의존해야 하는 취약점이 있어 '우크라이나의 탈러시아 유럽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부가 출범하던 즈음인 2014년 3월 크림반도의 크림 자치공화국을 전격 합병했다.
합병 명목은 주민투표를 통한 러시아 영토 편입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 점령이라고 할 수 있다.
EU와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서방은 즉각 러시아에 금융, 경제 제재를 부과했고 합병 관련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매년 갱신한다. EU가 지금까지 제재를 부과한 개인은 185명, 단체는 48개에 달한다. 이들 개인과 단체는 EU내 입국이 금지되고 자산이 동결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서방 정권 수립에 대항하는 친러시아 반군이 봉기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부터 계속되는 돈바스 지역 분쟁에서 러시아군이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근거 없다고 반박하지만 돈바스 분리주의 반군은 다량의 러시아제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휴전이 발효된 뒤에도 동부 전선에서는 산발적인 교전이 이뤄지는 등 여전히 불안하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지금까지 1만3천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기존의 가스관에 더해 발트해를 지나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건설해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완공된 이 가스관을 통해 가스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러시아가 기존의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을 폐쇄함으로써 우크라이나는 연 20억 달러 상당의 통과수수료를 잃게 되고, 가스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졌고, EU는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고 러시아를 배격하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U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러시아 간의 복잡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4자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와 가스관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상 간 회동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4개국 정상은 지난 2014년 6월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을 계기로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와 나토 가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2019년 5월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 정권이 추진한 친서방 정책 노선에 변화가 없다고 천명하고 EU와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선택이며 헌법에 명시됐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요구에도 EU는 아직 우크라이나와 가입 협상에 미온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예비 후보국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전이 계속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EU 지도자들은 최근 정상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EU의 정치적 결속과 경제 통합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EU가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종착점이 어디인가? 그것이 있기나 한가?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그 신호를 보고 싶어한다"고 물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방의 약속이 대체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여러 건의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면서 "우리는 (서방의)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불신을 털어놨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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