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근로사업장 '그린패스' 시행 임박…산업계 대혼란 우려
예고대로 15일 전면 시행…백신 접종자·감염 후 회복자 등에 발급
근로자 250만명 미접종 추산…외국근로자 이탈로 물류대란 가능성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전국 근로사업장 '그린 패스'(면역증명서) 의무화 시행이 임박하면서 산업계와 지방정부의 우려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확정 발표한 세부 시행 규정에 따르면 금요일인 15일(현지시간)부터 민간·공공 부문의 근로자들은 출근 시 그린 패스를 지참해야 한다.
그린 패스를 제시하지 못하면 무단결근 처리되고, 해당 일수만큼 급여도 받지 못한다.
고용주는 정부가 제공하는 그린 패스 체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일 최소 20% 이상의 근로자를 무작위로 선정, 그린 패스 소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린 패스 없이 직장을 출입하다 적발될 시 근로자는 600∼1천500유로(약 82만∼206만원), 고용주는 400∼1천유로(약 55만∼138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린 패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을 맞았거나 검사를 통해 음성이 나온 사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 등에게 발급하는 증명서다.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그린 패스를 받는 최선의 방법이다.
백신 접종을 원치 않을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48시간 유효한 음성 확인서를 받는 대안이 있지만 사흘마다 검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비용 부담(회당 15유로·약 2만원)도 크다.
물론, 건강상 사유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근로자의 경우 주치의를 통해 관련 확인서를 발급받아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국내 모든 근로 사업장에 그린 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물다.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인 근로자 수는 1천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동·산업계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대량 결근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13일(현지시간) 현재 12세 이상 인구 가운데 최소 한 차례 백신을 맞은 인원 비율은 85% 정도다. 이를 토대로 약 250만 명의 근로자가 아직 백신 미접종 상태로 추정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일부 지방정부의 경우 향후 폭증할 가능성이 있는 검사 수요를 걱정하는 눈치다.
루카 차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산업 현장에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걱정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외국인 근로자 대량 이탈로 물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류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많은 수가 백신을 맞지 않은데다, 설사 자국에서 백신을 맞았다 하더라도 이탈리아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미접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 북동부 물류 중심 도시 트리에스테에서는 근로자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물류 차단에 나설 태세여서 갈등이 예상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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