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당국, 야권지도자 티하놉스카야 탄압 강화…추가 수사
'극단주의 단체 조직' 이어 '공직 참칭' 혐의로 추가 입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대선 이후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의 수사당국이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주도했던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공직 참칭'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티하놉스카야의 동료인 다른 야권 지도자 파벨 라투쉬코도 역시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벨라루스 수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피의자들이 다른 공모자들과 담합해 헌법을 위반하면서 허위 국가기관과 해외 대표부를 조직하고 외국 및 국제기구 대표들과 협상을 벌이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런 혐의가 입증되면 티하놉스카야 등은 2년간의 교정 노동형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수사당국이 문제 삼은 건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야권 지도자들이 선거 부정 항의 시위를 이끌고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룰 목적으로 조직한 '조정위원회'와 국외로 망명한 티하놉스카야 등이 해외에 설치한 사무실 등이다.
티하놉스카야는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이 지난해 8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되자 대신 대선에 출마했었다.
대선에서는 80% 이상을 득표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이어 10%의 지지율로 2위를 차지했으나, 선거 뒤 신변 안전 위협으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야권의 저항 운동을 이끌고 있다.
티하놉스카야는 특히 자국에 남은 야권 지도자들과 연계해 야권의 저항운동을 조직하고 루카셴코 정부와의 협상을 주도할 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하지만 이후 당국의 강력한 탄압으로 조정위원회에 소속됐던 대다수 야권 인사들이 체포되거나 해외로 도피하면서 위원회는 사실상 와해했다.
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라투쉬코도 폴란드로 망명했다.
이러한 탄압 와중에도 티하놉스카야는 망명지인 리투아니아에 사무실을 열고 서방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는 등 저항 운동을 계속했다.
라투쉬코도 폴란드에서 '국민위기대응처'라는 벨라루스 야권대표부를 개설하고 반정부 활동을 벌였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7월 티하놉스카야의 리투아니아 사무실을 외교공관으로 승인하며 벨라루스 외교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벨라루스 당국은 앞서 티하놉스카야와 라투쉬코를 정권 전복을 목적으로 극단주의 단체를 조직한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 이들의 인도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서방은 티하놉스카야를 벨라루스의 대표 야권 지도자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몇 개월에 걸친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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