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택판매 급감…부동산경기 냉각에 성장률 하락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로 지난달 중국의 주택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룽후(龍湖)그룹 홀딩스는 지난달 주택 계약 매출이 1년 전보다 33% 급감한 31억 달러(약 3조7천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화룬(華潤·차이나 리소시스 랜드)부동산의 지난달 계약 매출도 23%나 감소했다.
투자등급 기업 신용을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万科·반케)마저 지난달 주택 계약 매출이 34%나 줄었다.
위기설의 중심에 선 헝다그룹은 아직 지난달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14일 자사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로 인한 주택 계약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주택 계약 매출의 감소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파산 위기에 빠진 헝다그룹이 촉발한 경제 불안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선분양하고 있어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파산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저널은 성수기인 국경절 연휴(1∼7일)를 앞두고 부동산 개발업체의 판촉 활동이 가장 활발한 9월에 주택 계약 매출이 급감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주택경기 부진이 중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으며 가계의 부 대부분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 판매 부진이 투자·건설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지방정부 재정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판매 부진이 주택 가격의 하락을 불러와 가계의 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지난달 중국 주택경기 둔화가 내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와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8.1%와 5.2%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2018년 기준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GDP의 23%를 차지했을 정도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내년에 토지와 부동산 판매가 각각 15%와 5% 감소하면 GDP가 1.4%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토지와 부동산 판매가 각각 30%와 10%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GDP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4.1%에 이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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