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한-이란 '빅매치' 관중 없지만 취재열기 후끈
100여개 이란 매체 취재 신청…한국은 연합뉴스 1곳
오후 3시 조기 퇴근 직장도…아자디스타디움 곳곳서 무관중 항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의 가장 큰 고비가 될 이란전을 앞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은 이전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엔 이란의 '축구 성지'로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경기 시작 서너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린다.
특히 이란에서도 최고의 '빅 매치'로 꼽히는 한국전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자디 스타디움의 공식 수용 인원은 8만명이지만 관심이 큰 경기엔 이에 개의치 않고 입장을 임의로 허용하기 일쑤여서 관중석의 계단까지 사람이 들어차 '10만 관중'이 된다.
원정팀으로선 그야말로 '무덤' 속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날 아자디 스타디움 주변은 관중은 보이지 않고 경찰 수백명이 삼엄하게 경비를 섰다. 방역 지침에 따라 무관중 경기가 결정된 탓에 혹시나 경기장 밖에 관중이 몰릴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부 축구팬은 혹시나 하는 기대에 입장하려고 아자디 스타디움을 찾았지만 경찰의 제지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무관중 경기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모하메드(45)는 "식당이나 영화관 운영은 허용하면서 왜 축구 경기 관람을 막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입장을 하지 못한 축구팬들이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 경기장 보안요원은 "평소 같으면 사람이 가득 찰만한 빅매치인데, 이렇게 비어있는 관중석을 보니 슬픈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테헤란 도심 교통은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5시가 되기 2∼3시간 전부터 극심하게 정체됐다.
이날 대부분의 직장이나 관공서는 한국전을 관람하려고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이른 오후 3시께 퇴근하도록 했다.
경기장엔 관중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이란 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한국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100여개 매체가 취재 신청을 했다. 한국 언론 중엔 연합뉴스가 유일했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이란 국영방송 IRIB 기자 세이프씨는 "이란과 한국의 경기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이란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없어 더 팽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언론들은 대부분 이란의 우위를 예측하면서도 "이란이 방심하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취재진 중에는 여성 기자도 눈에 띄었다.
이란 언론에는 여성 기자가 많지만, 관습적으로 남성만 입장이 허용되는 축구 경기엔 여성 기자를 보기 힘들다.
이날 경기는 국영방송 IRIB 채널 3번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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