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 직장 그린패스 시행 앞둔 伊 노동력 공백 우려 고개
현지 언론 "상당수 근로자 면역 미비"…산업계, 대량 결근 사태 경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모든 근로사업장에 대한 '그린 패스'(면역증명서) 도입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상당수 근로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노동력 공백 사태가 우려된다.
12일(현지시간) 현재 이탈리아 전체 인구(약 5천920만 명) 중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6.1%, 접종 완료율은 71.9%로 집계됐다. 접종 인구로 따지면 각각 4천58만4천여 명, 4천333만3천여 명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오는 15일부터 전국 모든 근로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그린 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차 접종률은 약 3%포인트, 접종 완료율은 4%포인트 남짓 상승했다.
근로사업장 그린 패스 의무화 조처가 백신 접종률의 폭발적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는 당국의 애초 기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신규 접종자 수가 당국 발표 후 첫 주에는 전주 대비 11%, 둘째 주는 15%가량 증가했으나 지난주는 전주 대비 오히려 36%가량 빠졌다. 주간 기준으로는 7월 초 이후 최저치다.
ANSA 통신은 12세 이상 백신 접종 가능 인구 기준으로 약 800만 명이 아직 완전한 면역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이 가운데 많은 수가 근로자라고 보도했다. 그린 패스 도입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규모는 약 1천800만 명이다.
오는 15일 그린 패스 제도가 시행되면 공공·민간 영역을 불문하고 일터에 나가는 모든 근로자는 그린 패스를 소지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무단 결근·감봉·과태료 부과 등의 징계를 받는다.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전히 많은 근로자가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노동·산업계에서는 시행 첫날부터 대량 결근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단기적으로 산업 현장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근로자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인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음성확인증(72시간 유효)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예산·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모든 이에게 충분한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상 이유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근로자는 제도 시한인 연말까지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모두 15유로(약 2만원) 상당의 유료 검사가 원칙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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