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악재로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 오나…한국도 '촉각'
공급망 위기·인플레 압박·자산 거품·금리 인상 등이 위험 요인
미·중 등 주요국 올해 성장률 전망 잇단 하향…한국은 4%대 유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세계 경제 곳곳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 가중,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부채 급증과 부실 확대 우려 등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가 여러 악재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위기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상 회복을 위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각국의 경계 대상이다.
◇ 커지는 인플레 불안…눈높이 낮아지는 주요국 성장 전망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에너지 대란이다.
중국은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부품, 스마트폰 부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탄광의 석탄 생산이 중단되고, 인도의 전력난 우려까지 가세했다.
국제 유가는 계속 뛰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섰다.
하루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와 전기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급망 위기로 세계 경제가 회복 경로를 이탈하는 퍼펙트 스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원자재와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과 소비 위축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더해져 경제 성장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3개월 만에 0.1%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그러나 내년 전망치는 4.9%를 유지했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2%로 낮췄는데 미국(7.0%→6.0%), 독일(3.6%→3.2%), 일본(2.8%→2.4%) 등의 하향 조정폭이 컸다. 미국과 독일은 공급망 차질,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을 회복세 둔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IMF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8.0%로 0.1%포인트 내렸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더딘 소비 회복 우려 등을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7%에서 5.6%로, 내년 전망치는 4.4%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일단 피했지만 부채 한도 증액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와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변수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일본 노무라증권은 8.2%에서 7.7%로 낮췄다. 중국에선 전력난뿐만 아니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큰 불씨다.
◇ '외풍'에 취약한 한국…회복세 유지? 제동?
한국도 대외 환경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3주 연속 올랐다. 10월 첫째 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천654.4원으로 전주보다 8.7원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9월(2.5%)까지 6개월째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집세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면서비스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코로나19의 확산과 방역조치의 장기화, 원자재 수급과 물류 불안을 꼽았다.
국내외 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가격도 약세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제 불안에 따라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지만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헝다 그룹 사태 등에 따라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금융 부문의 퍼펙트 스톰 대비를 주문했다.
정 원장은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을 거론하며 "상호연계성과 상승작용으로 인해 파급력이 증폭하는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으므로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퍼펙트 스톰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올 것 같다"며 "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가 많이 늘고 자산에 거품이 생겼기 때문으로,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IMF는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달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3%)는 유지했다. 정부(4.2%)와 한은(4.0%)의 전망치보다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 견조한 수출 증가세, 추경 효과 등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한은이 추정한 2021∼2022년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평균 2.0%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