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부채·불평등 등 한국 경제·사회문제 조명"
블룸버그 "높은 부채비율·치솟는 집값 등 문제 심각"
구직난에 위험 좇거나 죽음 택하는 청년…노년도 안전망 부족에 고통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빚, 불평등, 죽음 - '오징어 게임' 경제."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저스틴 히미네스 이코노미스트가 12일 게재한 한국 관련 칼럼의 제목이다.
히미네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 세계적 화제인 한국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영화 '기생충'을 통해 읽어낸 한국사회의 키워드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이렇게 풀어냈다.
그는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경제회복을 이뤄냈지만,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보여주듯 높은 부채비율과 치솟는 집값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빚에 떠밀린 한국인들이 상금 456억원을 얻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생존게임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많은 부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집값은 가처분 소득의 약 2배에 달하고, 부채 증가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앞선다. 임금소득은 늘지 않는데 생계비용은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대출로 떠밀리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여기에 금리까지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젊은이들은 빚을 내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투기뿐이라는 게 한국 젊은이들의 인식이라고 필자는 전했다.
가계부채 증가 역시 자산시장 과열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안정을 위해 이미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평균 아파트 가격은 과거 5년 전과 비교해 70% 이상 치솟았다고 히미네스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임금상승률이 제한된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은 더 먼 꿈이 됐다. 6월 기준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강남권 11개 구에서는 14억원을 넘어섰다. 극 중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거주한 쌍문동을 포함한 강북권도 9억5천900만원에 이른다.
영화 기생충도 이미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한국사회의 소득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소득 5분위 계층(하위 20%)의 소득이 줄면서 국민 지니계수는 올랐다. 지니계수(0∼1)는 값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이전에도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은 이어져 왔다. 특히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재벌 문제도 빠질 수 없다. 히메네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사회에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재벌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인용해 작년 상위 5대 그룹의 매출액은 852조원으로, 명목 GDP의 44%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은 경쟁을 저해하고 임금 인상을 억제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의 막대한 현금 보유는 투자를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일찍이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개혁 목소리가 불거졌지만, 변화는 더뎠다고 그는 덧붙였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가상화폐처럼 위험한 선택지를 고르거나, 때로는 삶을 마감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OECD 가입국 중 1위인 자살률,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청년 실업률 등은 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노령층 역시 공적연금이나 가족 지원 등 사회안전망의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65세 이상 노령층의 43%가량은 가구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를 벌고 있다고 필자는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은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이 바깥세상을 '지옥'이라 부르는 이유라고 히메네스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지옥은 현실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빗대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한국사회의 긍정적인 점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언급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뿐만 아니라 K팝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국민 소득에 기여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 5년간 5조6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필자는 그러나 오징어 게임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균등한 이익 분배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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