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폭력 시위 주도 파시즘 정당 '퇴출' 여론 부상
민주당, '포르차 누오바' 강제 해산 관련 법안 제출키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면역 증명서 '그린 패스' 반대 과격 시위를 주도한 극우 성향 정치단체를 해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수도 로마 중심가에는 1만여 명이 모여 그린 패스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5일부터 전국 모든 근로 사업장에 그린 패스를 적용하기로 한 정부 정책에 항의한다는 취지였다.
애초 평화적인 거리 행진으로 집회 허가를 받았으나 참가자 수백 명이 순식간에 과격·폭력 시위대로 변해 주말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경찰 진압대원들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양측에서 20명 안팎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위대 역시 여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 본부 건물에 난입해 집기를 파손하는가 하면 부상한 시위 참가자가 치료를 받는 병원 응급실에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경찰관과 의료진을 다치게 하는 등 소요 사태에 준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폭력 시위가 어떻게 초래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으나 치안 당국은 '네오나치즘'을 추종하는 극우 정치단체 포르차 누오바(Forza Nuova·FN)가 배후에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폭력 시위 혐의로 11일 현재까지 12명이 체포됐는데 여기에는 FN 지도부에 속한 로베르토 피오레, 줄리아노 카스텔리노 등도 포함돼있다. 카스텔리노는 과거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해 처벌받은 전력으로 집회·시위 참가가 전면 불허된 인물이다.
1997년 창립된 FN은 이민·난민 유입 원천 봉쇄 등을 내세워 정치 조직화했으나 각종 선거에서의 득표율은 미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는 정부의 각종 그린 패스를 포함한 정부의 방역 조처에 반대하는 각종 불법·폭력 시위를 사주·선동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FN·카사파운드 등을 비롯해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몇몇 파시스트 정치단체들을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탈리아를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으로 밀어 넣은 파시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사망 이후 제정된 이탈리아 헌법은 파시스트 성향 정당의 출현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중도 좌파 정당 민주당(PD) 소속 발레리아 페델리 상원의원은 "포르차 누오바는 헌법과 '반파시즘법'에 기초해 해산돼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 조만간 관련 법안을 상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제1당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도 "우리는 이러한 형태의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가 노동조합의 심장부를 겨냥한 데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공격한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11일 공격받은 CGIL 본부를 찾아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책임자를 엄단하겠다고 약속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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