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선원들, 콜럼버스 150년 전에 북미 존재 알고 있었다"
밀라노대 교수, 1345년 고문서에서 아메리카 묘사 문구 발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150년 전에 이미 이탈리아 선원들에게 아메리카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지도·지리 역사 분야 국제학술지 '테라에 인코그니테'(Terrae Incognitae)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대 파올로 키에사 교수는 밀라노의 가톨릭 수사 갈바네우스 플람마가 1345년에 쓴 라틴어책에서 오늘날의 북미 지역을 지칭하는 문구와 설명을 발견했다.
콜럼버스 데이를 앞두고 나온 이 연구 결과는 콜럼버스가 항해에 나서면서 실제로 발견하기를 바란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고 학술지는 지적했다.
콜럼버스 데이는 1492년 10월 12일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날로, 미국은 매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국경일)로 삼고 있다.
중세 라틴문학 전문가인 키에사 교수가 북미 대륙에 관한 문구를 발견한 고문서는 2013년 발견된 갈바네우스의 에세이집 '크로니카 유니버설리스'(Cronica universalis)다.
밀라노에 살던 도미니코 수도회 수사인 갈바네우스는 주로 역사적 주제에 관한 라틴어 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작품은 14세기 당시 밀라노 상황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키에사 교수는 그의 에세이는 제노바에서 온 선원들이 북미 대륙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에세이에 언급된 지역은 아이슬란드 문헌에 '마크랜드'(Markland·Marckalada)로 나오는 곳으로 학자들은 이곳을 래브라도 또는 뉴펀들랜드 등 북미 대서양 연안으로 보고 있다.
크로니카 유니버설리스는 갈바네우스의 후기 작품 중 하나로 '천지창조'부터 그가 살던 시기까지 세계 역사를 기술하기 위한 책으로, 미완성 상태여서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된다.
갈바네우스는 이 에세이에서 항구도시 제노바가 어떻게 새 소식이 유입되는 관문이 됐는지, 유럽 북서쪽 끝에 있는 '마르칼라다'(Marckalada)에 대한 뱃사람들의 소문을 어떻게 듣게 됐는지는 물론 당시 알려져 있던 그린란드에 대한 정보까지 정확하게 기술했다.
그는 "(그린란드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거인들이 사는 마르칼라다라는 다른 땅이 있다. 이 땅에는 거대한 거인 외에는 아무도 지을 수 없는 큰 돌판으로 된 건물들이 있다. 푸른 나무와 동물, 그리고 많은 새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선원도 이 땅이나 이 땅의 특징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썼다.
키에사 교수는 "초기 형태이긴 하지만 이 기록은 지중해 지역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크로니카 유니버설리스는 북유럽 문헌에 언급되던 아메리카 대륙 이야기가 콜럼버스보다 150년 전에 이미 이탈리아에 유포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례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4세기에 제노바와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그려진 해도(Portolan chart)에는 북쪽 지역이 그곳에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앞선 지리적 표현들이 나온다며 "(갈바네우스가 이 땅 이야기를 들은 곳이나 관련 정보를 제시한 방식 등을 볼 때) 그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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