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비용 감당 못하는 탈레반…"카불 암흑 세계될 수도"
전력 절반 중앙아서 수입…비용 못 받은 국가가 전력 끊을 수도
경제난 탓에 요금 징수도 어려워…국제사회에 지원 호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전력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수도 카불 등이 겨울을 앞두고 '암흑의 시대'를 맞을 수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는 "탈레반은 전력을 공급해주는 중앙아시아 국가에 관련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로부터도 요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국영 전력회사인 DABS의 전 사장인 다우드 누르자이는 정전 사태가 빚어지면 아프간은 전력과 통신에 관한 한 암흑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아프간은 전체 전력 대부분을 해외에서 끌어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이웃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아프간 전력 수요의 절반을 맡고 있고 이란은 아프간 서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 중이다.
국내 전력 생산분은 대부분 수력 발전소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가동에 지장이 생겼다.
와중에 카불은 거의 전적으로 중앙아시아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다만, 최근 군·산업 시설이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서 현재는 전력 공급이 원활한 편이다.
그런데 탈레반은 재집권 후 타지키스탄과 갈등을 빚고 있다. 타지키스탄이 반탈레반 저항군 지도자에게 도피처를 제공한 점 등과 관련해 탈레반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양측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타지키스탄이 전력 공급을 중단하기라도 하면 카불 등 아프간 주요 도시는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피울라 아흐마드자이 DABS 사장 대행은 "계약상 이제 이웃 국가들은 전력 공급을 중단할 권리를 갖게 됐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비용을 지급할 것이니 전력을 끊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으로선 국내에서 전기요금을 충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의 재집권 후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아프간 국민 상당수는 전기 요금을 내기도 어려운 형편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한 지난 8월 15일 이후 한 달간 징수한 요금은 890만달러(약 105억원)로 이전보다 74%나 줄었다.
지난해에는 카불 시민이 DABS의 수입 3억8천700만달러(약 4천6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냈다.
아흐마드자이 대행은 DABS가 파산을 면하려면 9천만달러(약 1천70억원)의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 기부자들이 아프간의 연체금이나 국민의 전기요금을 갚아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는 지난달 중순 아프간에 1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 자금이 식량 제공 등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전력공급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흐마드자이 대행은 "이것은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아니라 아프간의 가난한 국민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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