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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여성, 낙태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뒷골목서 죽음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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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여성, 낙태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뒷골목서 죽음 감수
현지 사회, 문화·종교적으로 낙태에 강한 거부감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빅토리아 아티에노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버스 정류장에서 많은 양의 피를 쏟았다.
이는 수천 명의 케냐 여성이 비밀리에 사용하는 자가 낙태 처방에 따른 것으로 종종 치명적인 결과를 동반한다고 AF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0년 케냐는 낙태에 대해 더욱 접근이 가능토록 헌법을 개정했지만, 현지 사회의 낙인으로 많은 여성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전통적인 관행이나 뒷골목 진료소에 의존하고 있다.
아티에노와 같은 생식 건강상담사도 두려움에 떨며 결국 비밀리에 약초를 꿀꺽 삼키고선 수 시간 만에 공공장소에서 엄청난 임신 중절의 고통에 휩싸였다.
35세의 세 아이 엄마인 그녀는 언론에 "사람들이 당신을 비난하고 범죄시하며 지역 사회에서 쫓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여성이 임신 중절을 위해 표백제를 마시고 뜨개바늘이나 옷걸이를 사용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서 자궁 및 자궁경부 파열, 음부 절개에서부터 심각한 감염, 출혈을 겪기도 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는다.
케냐 보건부의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매주 23명의 여성이 잘못된 낙태로 사망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활동가들은 추정했다.
비영리단체 생식권리센터(CRR)가 작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매일 7명의 여성과 소녀가 사망하고 있다.
나이로비 동부 교외의 단도라 빈민가에서는 때때로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태아가 발견된다.
2019년 나이로비 청소 작업을 맡은 자원봉사자들은 쓰레기로 막힌 하천에서 14구의 시신을 회수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신생아였다.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인 케냐는 문화·종교적으로 낙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어 안전한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조차 큰 죄책감에 시달린다.
교회에 다니는 네 아이의 엄마인 수전은 집단 성폭행으로 임신하고서 낙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당신을 살인자로 봅니다. 내가 몹시 나쁜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라고 36세의 수전은 말했다.
케냐 헌법은 "훈련된 의료 전문가의 소견에 따라 응급 치료가 필요하거나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하거나 기타 성문법에서 허용하는 경우"가 아닌 한 낙태는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모호하게 쓰인 관련 조항 탓에 낙태에 대한 의사 결정 권한은 전적으로 의료 제공자의 손에 맡겨진다.
케냐 보건부가 2013년 낙태 시술자 교육을 중단했을 때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이 타격을 받았고 여성들이 그 피해를 보았다.
교육 중단은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여성이 사망하고 있다고 보건부가 자체 연구에서 경고한 지 1년 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CRR의 아프리카 수석 법률 고문인 마틴 온양고는 언론에 "보건부의 결정은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보건부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증거에 반해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부는 2019년 나이로비 고등법원에서 합법적 낙태 시술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중단함으로써 여성과 소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거의 변화가 없으며, 파렴치한 뒷골목 진료소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돈벌이에 급급하다.
케냐에서 불법 낙태는 주로 민간 의료인들이 시술하는 데 비용은 3천~4천 실링(약 3만∼4만원)부터 시작하며 임신기간이 짧은 경우 알약이 사용되고 있다.
단도라에서 최근에 성폭행을 당한 셀린(38)은 임신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월급 5천 실링(약 5만 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며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그녀는 검사 결과가 임신이면 임신 중절을 하겠다고 말했다.
셀린은 낮은 목소리로 "병원에서 거부하면 전통 방식인 약초로 (낙태 처방을)하겠다"며 "나는 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되는 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전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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