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넘는 뇌세포 축삭돌기에 어떻게 에너지가 공급될까
신경세포 축삭돌기의 'ATP 증폭' 메커니즘 발견
희돌기교세포 분비 SIRT 2 효소가 핵심 역할
미국 국립 신경질환 뇌졸중 연구소, 저널 '뉴런'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뇌의 신경세포(뉴런)는 중심부의 세포체와 여기서 뻗어 나온 수상돌기(dendrite), 축삭돌기(axon) 등으로 구성된다.
뉴런은 다른 뉴런의 전기신호를 수상돌기로 받아들이고 축삭돌기로 내보낸다.
축삭돌기는 수상돌기보다 훨씬 더 길어 다른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축삭돌기 중에는 1m가 넘는 것도 있다.
축삭돌기의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헌팅턴병, 루게릭병(ALS·근 위축성 축삭 경화증)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을 유발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신경 질환 뇌졸중 연구소(NINDS) 과학자들이 축삭돌기의 에너지 증폭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NINDS의 선임 연구원인 성주항(Zu-Hang Sheng)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뉴런(Neuron)'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성 박사는 "다수의 주요 신경질환은 축삭돌기 퇴행,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에너지 공급 감소, 희돌기교세포 문제 등과 관련이 있다"라면서 "어떻게 축삭돌기가 높은 수준의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는지 알아냄으로써 신경질환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모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ATP로 에너지를 만들어 쓴다.
특히 뇌의 뉴런은 다른 유형의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ATP가 필요하다.
기다란 축삭돌기를 따라 미토콘드리아가 촘촘히 배치된 것도 수시로 올라가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번 발견의 핵심은 축삭돌기가 에너지 공급 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뉴런의 지지세포인 희돌기교세포(oligodendrocytes)가 SIRT 2라는 효소를 분비해 미토콘드리아 활성도를 높인다는 걸 알아냈다.
에너지가 달리는 축삭돌기가 이 효소를 흡수하면 에너지 공급이 증폭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중추신경계의 희돌기교세포는 축삭돌기를 감싸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형태를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라고 한다.
유지질 성분으로 구성된 미엘린은 축삭의 절연체로서 전기 신호의 '도약 전도'를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뉴런의 축삭돌기를 놓고 부위별로 어느 정도 ATP가 있는지 측정했다.
희돌기교세포와 함께 배양한 축삭돌기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ATP가 훨씬 더 많았다.
수일간 희돌기교세포를 배양한 뒤 '조건부 매체(conditioned media)'만 따로 분리해 뉴런에 첨가해도 ATP 수위가 상승했다.
이는 축삭돌기의 ATP 공급량과 희돌기교세포 사이에 연관성이 있고, 희돌기교세포가 축삭돌기의 에너지 생성을 증폭하는 어떤 성분을 분비한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희돌기교세포의 엑소좀에 들어 있는 신호 전달 물질을 분석해 희돌기교세포만 SIRT 2 수위가 높다는 걸 확인했다.
또 SIRT 2 유전자가 결여된 생쥐의 척수에 이 효소가 포함된 엑소좀을 투여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여기서 엑소좀(exosome)은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30~100㎚의 소포(vesicle)를 말한다.
세포 내에서 RNA를 분해하는 단백질 복합체도 같은 명칭으로 불리지만,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연구팀은 SIRT 2의 작용 경로가 루게릭병 등 신경 퇴행 질환의 잠재적 약물 표적이 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이런 신경 질환은 뉴런과 축삭돌기의 미토콘드리아가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해 생기는 걸로 추정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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