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수은 유입 '주범' 빗물 역할 절반밖에 안 돼
수은 동위원소 분석결과…"배출 저감 땐 더 빨리 수치 낮출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다에 유입되는 수은(Hg)은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최종 소비자인 인간의 몸에도 축적되는데, 가장 큰 오염원인 빗물에 의한 유입이 지금까지 여겨 온 것만큼 많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바젤대학교에 따르면 환경과학과 생화학자 마틴 지스크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바닷물 시료의 수은 동위원소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수은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나 채굴 과정에서 연간 2천t가량이 가스 형태로 대기로 배출돼 토양과 물, 대기 간 복잡한 순환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화학 물질 형태를 띠게 된다.
그 중 바다에 유입되는 수은은 고독성 메틸수은 형태로 어류에 축적돼 특히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선 섭취를 통해 인체에 누적돼 뇌 발달 저해나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 표층수의 수은 함량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활동으로 3배로 증가했으며, 주로 빗물에 포함돼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바다에 강우 측정소가 없기 때문에 이는 가설일 뿐"이라며 바닷물에 유입된 수은의 출처를 직접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중해와 북대서양 등의 해역에서 수심 1천400m의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수은의 안정 동위원소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가설과 달리 바닷물 수은의 절반가량만 빗물을 통해 유입된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가스 교환 형태로 표층수로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스크라 박사는 "현재로선 강우에 의한 수은 유입이 과대평가된 듯하다"면서 식물이 흡수해 토양에 저장하는 수은이 더 많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토양에 안전하게 격리된 수은은 인간에게는 덜 위험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이런 결과는 2017년에 발효된 '미나마타 협약' 이행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강우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양이 적다면 수은 배출 저감이 예상보다 더 빨리 바닷물의 수은 수치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은 배출 저감 정책을 요구하는 이 협약에는 세계 13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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