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홍콩, 국가안보 고삐 죄고 반대파는 흔적마저 지우기
공영방송 직원 '외국 정부와 접촉금지'…인터넷서 중국국기 모욕해도 처벌
빈과일보 모회사 강제청산 추진·해산한 톈안먼시위 추모단체 자산동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당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내세워 국가안보에 대한 고삐는 죄면서 반대파에 대해서는 흔적마저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 19일 홍콩 차기 행정장관과 입법회(의회) 의원을 뽑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중국이 설계한 대로 99% 친중진영으로 꾸려진 데 이어 사회 전반에 걸쳐 단속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30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전날 이 방송사는 사원 대상으로 '국가의 안전과 이익 수호에서 정부를 지원해야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RTHK 사원들은 공적 임무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외국의 정부나 외국 정치조직과의 어떠한 접촉도 삼가야하며, 정부에 비판적인 이와의 인터뷰는 할 수 있지만 팩트에 기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과 대만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국가 이익을 우선시해야하며,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에 관한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에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원들은 소셜미디어 사용시 주의해야하며 정치나 정책, 다른 논쟁적인 이슈와 관련해 편향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전날 국기법·국가휘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개정안은 인터넷에서 중국 국기를 모욕하는 행위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만 홍콩달러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학교에서는 매주 국기 게양식을 거행해야 하며, 학생들은 중국 국기의 역사에 대해 배워야한다.
이와 함께 국기나 국가상징을 거꾸로 전시하거나 임의로 버려서는 안 되며, 고의로 훼손해서도 안 되는 등 위법 행위가 세부적으로 규정됐다.
현재 친중 진영 의원만 남아있는 홍콩 입법회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일부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태우고 짓밟은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폐간한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의 강제 청산에 나섰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전날 법원에 기업조례(公司條例)에 따라 정부가 넥스트디지털의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홍콩 정부는 "넥스트디지털을 청산하는 것이 주주와 채권자, 전 직원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법원에 해당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 괴짜 사업가 지미 라이(黎智英)가 1990년 설립한 넥스트디지털은 빈과일보를 비롯해 여러 잡지를 발간하며 한때 홍콩의 미디어제국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이후 당국은 반정부 시위에 앞장 서 온 넥스트디지털 단속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라이를 비롯해 간부 7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라이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불법집회 관련 다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넥스트디지털의 모든 이사진은 이달 초 사임했다.
넥스트디지털의 주식은 지난 6월16일 이후 거래가 중지됐다.
홍콩에서는 빈과일보와 함께 넥스트디지털의 다른 잡지들도 폐간했지만, 현재 대만 빈과일보는 온라인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해산을 결의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자산을 동결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행사를 진행해온 단체로, 당국의 압박 속 지난 25일 자진해산을 결의했다.
RTHK에 따르면 국가안전처는 전날 지련회의 은행계좌와 톈안먼 추모기념관 등 자산을 동결했다.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과 부주석 1명은 반정부 시위 관련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경찰은 리 주석을 포함해 다른 간부들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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