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분석해보니 "영국 국립박물관 루벤스 그림은 가짜"
"'삼손과 데릴라' 위작 확률 91%…배열 등 모든게 달라"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이제는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거장들의 작품에 대해 진위를 알아내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AI가 영국 국립미술관이 소장 중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걸작으로 알려진 '삼손과 데릴라'를 가짜라고 판명했기 때문이다.
17세기 유명 화가인 루벤스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삼손과 데릴라'는 그동안 진위를 놓고 논쟁이 일었으며 일부 비평가들은 진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 그림은 삼손이 데릴라의 품에 자고 있고 하인이 그의 초인적인 힘을 없애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묘사돼있다.
AI 분석에 따르면 영국 국립박물관이 1980년에 250만 파운드(약 40억원)에 사들인 이 그림은 거의 가짜가 틀림없었다.
AI 프로그램에는 개별 예술가들의 독특한 붓 터치 방식을 포함해 세부적인 기법이 입력돼있어 해당 작품 전체를 스캔하면서 진위를 판별했다.
스위스 회사인 '아트 레커니션'과 함께 이번 조사를 진행한 카리나 포포비치 박사는 "배열 등 모든 게 가짜로 판명됐다"면서 "이 알고리즘을 통하니 이 작품이 진짜가 아닐 확률이 91%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놀랐다"면서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는데 결과는 항상 같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국립박물관의 이 소장품은 1610년에 그려진 루벤스의 잃어버린 원본의 모조품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 그림에 사용된 팔레트는 루벤스가 일반적으로 선호했던 것과 다르고 그림의 질 또한 일치하지 않다는 견해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한편, AI 프로그램은 루벤스의 다른 작품 '이른 아침의 헷 스테인 풍경'도 스캔했는데 진짜일 확률이 98.76%에 달했다. 진품이라는 의미다.
영국 국립박물관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새로운 연구를 주목한다"면서 "어떤 증거도 적절히 평가될 수 있도록 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때까지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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