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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중국어선 10년 새 10배…싹쓸이 조업에 멍드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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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중국어선 10년 새 10배…싹쓸이 조업에 멍드는 바다
AP통신, 남미 앞바다서 중국 어선단 취재…"식별장치 끄고 조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구 반대편 남미 바다까지 점령한 대규모 중국 어선단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우려를 안기고 있다.
AP통신은 국제 해양생물보호단체 시셰퍼드의 감시선 오션워리어호에 함께 올라 18일간 남미 앞 공해상에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단을 관찰하고 24일(현지시간) 르포 기사로 소개했다.
오션워리어호의 중국 어선단 감시는 지난해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에 몰려든 대규모 중국 어선단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멸종위기 희귀 생물들이 다수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인근에 몰려든 중국 어선 수백 척은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았다.
남미 바다에 진출한 중국 어선은 빠르게 늘었다.
남태평양지역수산관리기구(SPRFMO)에 따르면 남태평양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9년 54척에서 2020년 557척으로 10여 년 사이 10배 넘게 늘었다. 이들의 어획량도 같은 기간 7만t에서 35만8천t으로 급증했다.
전 세계 바다에 떠 있는 중국 어선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원양어선을 3천 척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수천 척이 더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추정했다.

한 번 바다에 나간 중국 어선은 수년 동안 조업하기도 한다. 올림픽 사이즈 수영장 6개를 채울 만한 물고기를 실을 수 있는 대형 냉장선에 잡은 물고기를 옮겨 싣고 계속 조업하기 때문이다.
여름 무렵 갈라파고스 인근에 나타나는 중국 어선들의 경우 직전 해 11월부터 아르헨티나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잡다가 여름이 시작되면 에콰도르 앞바다로 올라간 후 오징어 이동경로를 따라 페루, 칠레 앞바다로 남하한다.
중국이 주로 잡는 어종은 흔히 '대왕오징어'로도 불리는 훔볼트 오징어로 비교적 개체 수가 풍부한 종이다.
그러나 우주에서도 보일 만한 환한 조명을 켜고 오징어를 유인해 싹쓸이하는 대규모 중국 어선단 탓에 오징어가 언제까지 풍족하게 남아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선단의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중국 어선의 조업 관행도 정상적이지 않다.
AP통신은 취재 기간 가까이서 목격한 중국 어선 30척 중 24척이 과거 노동 착취나 불법 어업 전력이 있거나 해양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16척은 의무적으로 켜야 하는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교란 신호를 보냈다. 어선들에 급유하는 유조선 1척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업체와 관련된 선박이었다.
다른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다 적발된 배가 9척, 강제노동 혐의를 받은 배가 6척 있었다.
오션워리어호가 한 중국 어선에 접근하자 배 위에 있던 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여기에 갇혔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중국 관리자의 눈을 피해 이 선원이 병에 담아 던진 종이 속 주소로 찾아가니 가족들은 그가 집을 떠난 지 3년이 됐다고 했다.
싹쓸이·불법 조업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남미 인근 공해에 금어기를 설치하고 무선기 조작 등의 불법 선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도 했다.
일부 남미 국가들은 해상에서 물고기를 옮겨 싣는 것을 금지하고 선상 감시원을 늘리는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중국이 모두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워싱턴대의 중국 어업정책 전문가인 태비사 맬로이는 AP에 "중국은 (해양) 보호대책 강화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법을 문자 그대로는 따르지만 정신은 따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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